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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農政을 펴라”

김성훈 경실련공동대표/상지대총장

지난 한 해는 우리나라 농민들에게 악몽(惡夢) 같은 해였다.
유난히 많은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평소 순박하기만 하던 농민들이 왜 엄동설한에 서울의 백주노상에서 자식 또래의 전ㆍ의경들에게 방패로 찍히고 박달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맞아가면서 시위해야 했나.
들어주는 이없는 가운데 볏가마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농민들만 괜스레 매섭고 표독하게 비쳤다.
수입개방은 대세이며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데 왜 한국농민들만 저렇게 극렬하게 저항하는지 그 자초지종을 알아주는 이도 별로 없는 듯하다.
뭉뚱그려 국익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역자유화 협상으로 재미 보는 계층, 혜택 보는 산업은 따로 있고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 농민들만의 몫이 되는 정책구조 때문이다. 대책이랍시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규모화와 현대화가 역대 정부의 단골 메뉴였으나 융자가 대부분인 지원대책은 IMF 환란을 맞아 사상누각으로 몽땅 농가부채가 됐다.
전국 평균농가들은 현재 연간소득보다 더 많은 액수의 부채를 안고 있다. 그중 연체이자가 17% 안팎인 악성부채만도 근 7조원이나 된다.
그동안 우리 농업은 ‘사람(농민)을 살리는’ 정책보다는 ‘이루지도 못할‘ 규모화 농업구조정책 위주로 흘러왔다.
반면 유럽연합(EU)ㆍ미국 등 선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이후 WTO가 금기시하는 가격 및 생산비 보조 대신에 WTO가 허용하는 농가소득보상 방식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했다.
이른바 시장실패(市場失敗) 현상을 비시장경제적인 농가소득 직접보조와 교육ㆍ의료ㆍ문화ㆍ복지 등 농촌의 ‘삶의 질’ 향상 분야에 집중 지원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이들 나라의 직접지불액 규모는 농가소득의 40% 이상을 웃돌 정도다.
농민을 살려야 농업 농촌이 살고 나라가 산다는 소박하고 오래된 사람 중심의 농정철학이 살아 있다.
우리 농촌의 현실은 비참하기만 하다.
지난해 WTO 쌀 재협상 타결과 추곡수매제 폐지로 추수기 쌀값이 20% 가까이 떨어져 쌀농가 소득이 졸지에 2조원이나 감소했으나 소득보상은 미미했다.
마땅히 사주는 곳마저 없어 관공서 앞마당에 쌓아놓거나 부채에 시달려 자살 아니면 격렬한 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농민들이 농촌을 등지면 그 순간 도시민이 되고 도시소비자가 된다.
그러나 쌀농사와 농업 부문이 수행해오던 환경생태계 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이 파괴되면 그 후유증은 각종 재해와 재앙으로 되돌아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부터는 사람을 살리는 농업정책이 필요하다.
비단 농민을 살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녹색 환경생태계를 보전하고 국토 균형발전을 도모하며 국민의 휴양공간과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농업ㆍ농촌ㆍ농민을 지원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직불제ㆍ농업재해보상보험제도 등 농가소득 안전망을 확충하고, 품질과 안전성 위주의 친환경유기농업을 육성하며, 식품가공ㆍ유통 분야에서 농가소득을 높이는 정책이 획기적으로 강화돼야 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악성부채를 해소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 국제경쟁력 향상은 농민을 죽지 않고 살게 하는 삶의 질 향상부터 도모할 때 가능하다.
선진국 진입도 단순히 GDP 2만달러 달성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살건, 농촌에 살건 삶의 질에 별 차이가 없도록 농촌의 교육ㆍ의료ㆍ복지ㆍ문화 여건을 개선할 때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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