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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와 함께 우리나라 최대명절로 손꼽히는 설날명절이 왔습니다. 어릴 때 만 해도 명절은 그야말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던 날이었습니다. 특히 설날은 어르신들이 주시는세뱃(歲拜)돈에 대한 기대로 더없이 기다려지는 명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꿈과 기대는 걱정과 부담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세뱃돈을 주어야하는 입장으로 바뀌었기 때문 입니다. 필자는 집안이 번창해서 처가댁까지 하면 조카들만 서른 명이 넘습니다.그리고 어르신들께도 아이들에게 주실 세뱃돈을 일부 보충(?)해드려야 하니 걱정도 이만 저만 되는 게 아닙니다.
설날 연휴가 끝나고 돌아올 때는 필자는 거의 거지수준인데 아들 녀석은 두툼해진 주머니를 어루만지며 짐짓 흐뭇한 표정으로 여유만만하기만 합니다.
어쨌거나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이고 반드시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올려야하는 설날이고 보면 그저 즐겁고 뜻있게 보내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세뱃돈을 주는 집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 양조장을 하거나 방앗간을 하는 이른바 동네에서 소문난 몇몇 부잣집을 빼놓고는 떡과 과일을 내놓는 것이 상례였습니다. 그나마도 얼마 안 되는 세뱃돈은 엄마에게 맡기면 그 후로는 오리무중인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뱃돈을 안주는 집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언론매체의 조사결과를 보니 올해 설날 세뱃돈은 초등학생 5천~만원, 중학생 1만원~ 2만원, 고등학생은 2만원~3만원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평균치에 불과한 숫자일 뿐입니다. 세뱃돈은 어디까지나 주는 사람마음이지 받는 사람의 희망사항과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은행이나 백화점등에서 세뱃돈용 새 돈을 바꿔준다는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마케팅의 일환이자 고객에 대한 서비스차원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오히려 세뱃돈은 당연히 주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올해는 아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세뱃돈의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제사정이 어려워 사람들의 주머니사정이 여의치 않은데다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입니다. 마음까지 얼어붙은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나마도 나은 사람들 처지입니다. 정말로 사정이 어려워 고향엘 가고 싶어도 못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은 설날이 명절이 아니라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한 날이라는 생각에 몸서리칠지도 모릅니다. 아예 고향 가는 일은 꿈조차 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노숙자들이 그러한 사람들입니다. 며칠 전 새벽에 수원 역에 갔을 때 실내 대합실에 몸을 누인 노숙자들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노숙자들의 실체를 처음 본 것은 아니지만 마음은 심란했습니다. 세상은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꿈과 희망이 없다면 살아가는 의미가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모두 불행한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세뱃돈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새뱃돈 주는 일을 갑자기 무 자르듯이 없애버릴 수 는 없는 일입니다. 가진 게 많으나 적으나 그저 형편에 맞게 명절을 치루면 되는 일이지요.
올해 설날 명절분위기는 유난히 뒤숭숭합니다. 그러나 가진 사람이나 못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뜻 깊은 명절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으면 합니다. 정말이지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수 있고 누구나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훈훈하고 의미 있는 명절다운 명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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