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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감각 증후군과 공공의 적

김용택 이천경찰서장

겨울동장군이 한동안 기세등등 하더니 입춘이 지난 요즘은 추위도 한풀 꺾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금년엔 남쪽지방에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쌓인 눈으로 사람이 죽고 비닐하우스가 폭싹 내려앉아 경제적 손실도 수천억원이라고 하니 농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닌가 보다.
정부에서도 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언론에서는 생중계 하듯 연일 안타까운 장면을 보도하곤 했다. 나라안이 온통 전쟁을 치르는 듯한 분위기였다.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숫자가 1개사단 병력과 맞먹는 6천331명이었고, 부상자는 웬만한 큰 도시 인구 만큼인 34만9천29명이었다. 그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만도 8조원(우리나라 총예산의 7%)을 넘는다고 하니 실로 경악할 일이다.
그런데 더욱 경악할 일은 눈사태로 단 몇 명만 죽어도 온통 나라안이 시끄러울 정도로 떠들썩한데, 정작 교통사고로 연간 수천명이 죽어나가고 수십만명이 장애를 입는데도 우리국민들은 별로 놀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만명 가까운 숫자가 죽고(몇년전만해도 사망자가 1만명이 넘었음) 30여만명이 부상을 당하는 규모의 인명손실이라면 큰 전쟁을 치른 상처와 같다.
이런 결과에도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국민들은 분명 교통사고에 관한 한 실로 ‘무감각 증후군’이라는 중병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이 무서운 병을 치유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영원히 교통사고 후진국을 벗어나기 어렵다.
성폭력만이 가정 파괴범이 아니다.
한사람의 교통사망사고로 인해 남은 가족들의 생활은 비참해지고 심지어는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까지 비일비재하다. 가족들은 아픈 마음의 상처를 무덤까지 갖고 간다. 부상으로 장애자가 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평생을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통사고를 낸 사람은 비록 과실범이라 해도 ‘가정 파괴범’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자만심에서 비롯되고 있다. 음주운전, 신호위반, 과속, 난폭운전이 교통사고의 주된 요인이다.
어쩌면 사고를 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만심으로 인해 교통법규를 위반한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런 교통사고 야기자들을 ‘고의적 범죄행위’ ‘공공의 적’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이천관내 교통사망사고 39명중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35%나 된다. 음주운전만 안해도 사망사고의 1/3은 줄일 수 있다. 신호위반, 중앙선침범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15%나 된다. 그러고 보니 자만심에서 비롯된 ‘고의적 범죄행위’라고 불리는 사고요인행위만 안해도 사망사고의 절반은 줄일 수 있다.
경찰은 “한사람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오늘도 교통사고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매서운 칼바람을 무릅쓰고, 때로는 가마솥 같이 펄펄 끊는 아스팔트 위에서 단속과 계도를 하고 있다.
생명공학자들은 암을 정복하는 신물질을 만들어 생명을 구하고 교통경찰은 자동차라는 ‘움직이는 흉기’로부터 생명을 구하기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이 하는 일이야말로 ‘생명산업’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시민들은 단속을 당하면 안타깝게도 경찰관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심지어는 매달고 질주해 교통경찰관이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로 인해 교통경찰관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 경찰내에서도 교통분야근무를 회피하는 등 3D부서가 된지도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생명중시운동’을 펼쳐야 할 때라고 본다. 이 운동은 교통사고로부터 더 이상 희생자를 내지 않게 하는 ‘생명구하기 운동’이며 음주운전안하기, 안전띠매기, 운전중휴대폰안하기, 무단횡단안하기 등 ‘교통법규 지키기 생활화운동’이다.
올림픽을 18년전에 치른 나라, 월드컵을 4년전에 치르고 4강까지 오른 나라, 경제규모 세계10위권인 나라가 아직도 OECD국가 중 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니 우리의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무감각 증후군’에서 벗어나고, 스스로 자만심 속에 숨어 있는 ‘공공의 적’을 물리쳐 ‘교통사고 없는 가장 안전한 도시, 가장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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