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4월 평양방문 계획을 연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김 전 대통령 측은 “당초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민족문제에 대한 허심탄회한 협의를 위한 것인만큼 방북의 시기도 국민적 합의를 얻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며 “이제 방북시기를 6월 중으로 계획하고 관계당국과 협의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은 2000년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이후 이 선언에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하기로 약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약속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당시 회담 당사자가 평양을 재 방문한다는 것 부터가 의례상 자연스럽지 못하다. 또한 김 위원장과 만나서 무엇을 논의할 것인가를 밝히지 않고 회담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가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반대하는 분위기여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시기 연기는 아주 잘 된 일이라고 평가한다.
김 전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하여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바, 6·15 남북공동선언 2항에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연합제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 내용을 국민들은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동선언 2항을 근거로 남북간에 구체적 통일논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 당국과 통일논의를 함에 있어서 우리 헌법 4조에 명시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정신을 벗어날 수 없으며, 이에 따른 국민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왕 방북일정을 연기한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방북실행에 앞서 방문목적과 회담 의제를 분명히 제시해야 하며, 감상적인 민족의 장래니 통일이니 하는 명분만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와 국민적 합의를 넘어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북핵문제나 납북자문제, 더 나아가 북한의 인권문제 같은 현안문제를 논의하여 성과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으로서 여야간의 정쟁을 유발할 수 있는 일회성 정치 이벤트를 만들어 내는 것은 남남갈등을 증폭시킬 뿐 아니라 민족의 장래와 통일에도 도움이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