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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色테러 유령이 배회하는 사회

북한 요덕 정치범수용소는 2만여명의 수용자들이 옥수수죽 한 그릇과 소금 한 숟갈로 14시간의 중노동과 채찍질을 견뎌야 한다는 곳이다. 뱀이나 쥐를 잡아 주린 배를 채우면 최고로 운이 좋은 날인 이 수용소의 참상을 소재로 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가 우여곡절 끝에 15일 마침내 막을 올렸다.
탈북자 출신인 정성산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는 제작단계에서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정 감독은 평양에서 노동당 고위간부의 아들로 태어나 평양연극영화대학 연출학과와 모스크바국립영화대학을 나온 전문가로, 남한 방송을 몰래 듣다가 발각돼 13년형을 받고 사리원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던 중 탈출해 남한으로 왔다. 남한에 온 후 영화 ‘쉬리’ ‘실미도’ ‘공동경비구역’ 등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기도 했다.
북한의 인권상황을 뮤지컬 형식을 빌어 증언하는 ‘요덕 스토리’에 대해 정부는 대본 내용을 순화시키라고 연출자를 압박하기도 했고, 뮤지컬에 북한 노래와 인공기를 등장시킨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도 있다는 협박에 가까운 경고성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의 ‘김정일 똘마니’들은 정 감독에게 “공연을 하면 때려죽이겠다”는 등의 협박을 해왔다.
권력이 작용한 탓인지, 제작 후원사들과 투자자들이 잇달아 등을 돌렸고 대관을 약속한 극장측은 계약을 취소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작진의 어려움이 알려지면서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다. “용기를 내라”는 격려전화가 하루 평균 300여통씩 걸려오면서 밀려드는 성금이 줄을 이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성원과 도움의 손길은 이어졌다.
북한 주민의 인권개선과 삶의 질 향상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정부가 북의 인권 참상을 증언하는 예술가를 협박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한때 예술인들의 창작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 백색테러였다면 이젠 정부권력에 의한 적색테러가 예술을 검열하고 예술가를 협박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요덕 스토리’는 막이 오르자마자 벌써부터 국내는 물론 수많은 외신들로부터도 집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뮤지컬이 왜 이토록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는지를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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