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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물처럼 흘러야 한다

김찬형 수석논설위원

“삼성이 검사들 월급줘라”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이 ‘안기부ㆍ국정원 도청’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이같은 비난여론이 일었다.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지난 해 7월 22일 MBC 이상호기자가 ‘안기부 X-파일’을 특종보도한 이후 5개월 여 만이다.
검찰은 당시 수사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의 국정원장 전원을 소환 조사했다.
미림팀장 공운영씨와 도청 테이프로 삼성에 돈거래를 제의했던 박인회씨가 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1년 2개월ㆍ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김은성씨는 구속 기소돼 1심을 앞두고 징역 5년이 구형됐으며, 임동원ㆍ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검찰조사를 받은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은 11월20일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러나 정·경·검·언 유착 논란을 불러일으킨 삼성그룹의 불법대선자금 제공 혐의 등에 대해 이를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 대해 검찰은 어떤 처분을 내렸을까.
이번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현대차 그룹 정몽구 회장과 달리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찰은 또 ‘X파일’사건의 핵심인 이학수 삼성 부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반면에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X 파일 의혹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와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X파일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발표 이후 4개월여가 경과한 4월 27일.
검찰은 현대자동차에서 나타난 비자금조성, 편법증여, 로비를 통한 부채탕감 의혹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몽구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우리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주었던 대선 비자금 충격 이후에도 재벌비리가 반복되어 온 상태에서 검찰이 원칙적인 법 집행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국민과 시민단체의 반응은 냉랭한 것 같다.
현대자동차 사태와 반복되는 재벌비리에 대해 경실련은 재벌 그룹 총수 1명을 구속한다고 경제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고 있다.
검찰은 정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사유로 계열사를 통해 1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횡령혐의, 3천억원대의 배임혐의, 550억에 이르는 부채탕감 로비 등에 정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지시 또는 개입한 혐의 등을 들고 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재벌이 조성한 막대한 비자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되어 파문이 확산됐다.
10대 그룹 중 삼성, 현대차, SK, LG 등 8개 재벌이 조성한 비자금이 소위 차떼기 등의 방식으로 정치권에 흘러들어 정경유착과 불투명한 기업경영의 심각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대선비자금 파장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재벌비리는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사법처리된 재벌기업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다.
2003년 이후 SK, 두산, 한화, 삼성, 현대차가 분식회계, 횡령, 편법증여 등의 사유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재벌비리가 반복되는 것은 형평성을 상실한 법 적용과 솜방망이 처벌이 자초한 것이다.
2002년 대선비자금과 연관되어 처벌을 받았던 기업인들은 소위 투명사회협약을 명분으로 2005년 모두 사면, 복권을 받았다.
두산그룹에 대한 판결을 놓고 이용훈 대법원장이 부당성을 지적하는 초유의 상황이 초래된 것은 여러 가지면에서 반성해야 할 일이다.
철저하지 못하고 형평성을 잃은 검찰수사,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남발되는 사면·복권...
총수의 구속 등 대형사건이 발생한 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사후대책이 아니라 시장감독기능의 정상화를 통해 작은 잘못을 그 때 그 때 시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만인이 공감할 법집행을 해야 한다.
법(法)은 물(水)이 흐르는 것이다.
법은 물 처럼 흘러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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