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음성자동안내시스템인 ‘ARS’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ARS는 당초 전화문의를 신속히 처리하고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오히려 불편과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관공서와 학교, 일선 금융기관, 기업체 등에서 설치 운영하고 있는 음성안내시스템(ARS)이 안내번호를 지나치게 많이 녹음해 놓아 연결시간이 5분이상 걸린다.
민원인들의 이용이 많은 담당직원 연결번호(대부분 0번 또는 9번)는 음성안내 맨 마지막에 안내해 불필요한 안내를 끝까지 듣느라 속이 터질 때가 많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 ARS 기계음성에 익숙하지 못하고 발음이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3’이나 ‘8’ 등은 오히려 혼동과 실수를 유발한다.
이번 5.31지방선거에서도 ARS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전화 ARS 여론조사를 가장한 불법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며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자들과 ‘무늬만 여론조사기관’이 공모해 후보자를 홍보하는 식의 여론조사가 늘면서 선관위가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전선거운동행위(공직선거법 위반)로 고발하거나 경찰 등이 수사에 착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성남시 중원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8일 A여론조사업체 대표 조모씨와 성남시장 예비후보 B씨의 선거본부장 연모씨 등 2명을 여론조사를 빌미로 ARS를 통해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안양 시장선거 입후보 예정자 N모씨, K군수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D씨, S시 비례대표 시의원 입후보 예정자 B씨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선거법위반혐의로 고발되거나 수사의뢰된 선거사범들 중에는 여론조사기관 대표 3명과 현직 단체장 1명도 포함돼 있는 등 30일 현재까지 전국에서 13건이 적발돼 6명이 고발당하고 12명이 경고를 받았다.
수원중부경찰서도 지난달 25일 수원시 팔달구 모 지역 현직 시의원과 여론조사기관이 ARS 설문조사를 빌미로 시의원을 부각시키는 내용의 불법선거운동을 했다는 선거구민의 제보를 접수받아 전화발신지추적과 함께 설문조사내용을 파악하고 지역주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안양시장 선거 입후보 예정자인 N씨는 여론조사기관 대표 K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설문내용에는 N씨 혼자의 이름만 들어 있었다.
“안양시장에 출마할 예정인 전 경기도의회 의원 N씨를 아시면 1번, 이름 정도 들어보았으면 2번, 모르면 3번을 눌러주십시오.”
“안양시장에 출마할 예정인 N씨가 ○○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당선 가능하면 1번, 당선이 어려우면 2번, 모르면 3번을 눌러주십시오.”
정상적인 여론조사라면 복수의 후보들을 말한 다음 그 중 지지후보를 선택하도록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전화를 받고 여론조사에 응하는 사람은 N씨 이름만을 반복해서 듣게 된다.
사실상의 특정인에 대한 선거운동이다.
N씨와 여론조사업체 대표 K씨 둘 다 3월 27일 선관위에 고발됐다.
특정후보를 선전한 여론조사기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양지역의 18만여 가구에 ARS로 건 전화에 대한 응답률이 5%대인 점을 감안하면 9천명에게 응답을 듣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이지만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을 못하겠는가?”라는 것이 출마자들의 생각인 것 같다.
아예 후보자의 경력 등까지 친절히(?) 설명해 주는 경우도 있다.
물론 상대 후보는 전혀 거론하지 않는다.
“○○당 L씨는 청와대 출신의 대학교수로 올해 46세의 ○○지역 출신입니다. ○○당 후보로 L씨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계시면 1번 모르시면 2번을 눌러 주십시오.”
매우 노골적인 선거운동이다.
선관위는 유권자들의 신고가 사전선거운동 단속의 근거의 실마리가 되는 만큼 시민들의 협조가 ARS를 통한 불법선거운동 근절의 관건이라고 강조환다.
‘문명의 이기(利器)’는 올바르게 쓰일 때 가치를 발휘한다.
잘못쓰면 자신이 다친다.
ARS가 불법선거운동에 악용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일차적으로 후보와 여론조사기관의 손에 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