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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서장대를 보고

김찬형 수석논설위원

2005년 11월 17일. 수원시청 상황실.
김용서 수원시장이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수원 ‘화성’복원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전환시켜 세계문화유산에 걸맞는 복원사업이 될 수 있도록 국회에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김 시장은 2004년도에 열린 우리당 심재덕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해당 법률안이 1년째 표류해 복원사업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특단의 대책을 촉구했다.
김 시장은 “성역화 사업을 법제화 없이 진행한다면 사업목표는 당초에 계획된 2020년쯤이나 돼야 가능하다”며 “특별법이던, 보통법이던 국책사업으로 지원하는 관련법을 하루 속히 제정해 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식물국회는 이번 4월 임시국회에서도 화성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같은 긴급기자회견이 있은 지 5개월여가 지난 2006년 5월 1일 오전 1시20분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연간 10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던 수원 화성(사적 3호)의 서장대. 그러나 ‘묻지마’ 방화로 2층 누각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됐다.
2일 오전 고양시에서 개막한 경기도민체전에 참석한 김용서 수원시장은 각 기관·단체장들로부터 걱정어린 인사를 받느라 진땀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화성 성역화를 위한 복원사업에 쏟아 부은 수원시 예산만 2천700억원에 이른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수천억원의 사업비가 더 투입돼야 한다.
서장대의 소실로 훼손된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지켜 보는 각계 인사들은 대체로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2일 오전 필자가 서장대를 찾았을 때 많은 시민과 관괭객, 외국인들이 ‘관리부재’의 아쉬움을 제기했다.
3대째 수원에서 살면서 장안구 영화동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한다는 60대 노인은 “지난 95년에 방화로 전부 불에 타 화재위험을 항상 안고 있었다”며 “최소한 목조건물에 대한 순찰요원을 두거나 무인경비업체에 위탁을 맡겨 세계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시민은 “복구비용이 6억원이 든다는데 수원시민의 자부심을 되찾는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비용이 들고 완전 원형복구를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강객들에게 안내를 하던 한 가이드는 “화재원인이 자연발화도 아니고 방화라고 설명하자니 낯이 뜨겁다”며 “외국의 경우 주요 사적이나 문화재에 대해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는데 수원시는 과거에도 불이 났던 서장대를 왜 허술하게 관리했는 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경기도 문화재위원으로 최근까지 경기대 화성학 연구회장을 맡았던 최홍규 교수는 “문화재나 사적을 화풀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 어처구니가 없다”며 “언론이 문화재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많이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2일 오후 4시께 본지에 전화를 걸어 온 김용서 수원시장은“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데 대해 105만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완전복원과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장은 필자에게 “지능형 교통체계인 ITS처럼 현장의 특정지점에 이상이 포착되면 바로 출동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며 “20여개 목조시설물에 잠금장치를 설치한 뒤 침입자가 발생하면 5~10분거리에 있는 화성사업소에서 상주인력이 즉시 출동하고 경찰의 협조를 얻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시는 지난해 말 2006년도 새해업무보고에서 화성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화성시설관리공단’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사업소의 소장이 서기관인 직제로 승격된 이후 흐지부지되고 조직관리부서에서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명예든, 재산이든 ‘얻는 것’보다는 ‘지키는 것’이 더 힘들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을 성역화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지키고 보존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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