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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날’ 없는 가정의 달

안재현 논설실장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매년 맞는 5월이지만 다시 새로운 5월이고 싶어한다. 올 5월은 첫 날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근로자의 날로 시작된 이날, 자정이 좀 지난 무렵 화성의 서장대 누각이 방화로 불탔다.
수원과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은 화성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가치와 의미에 더해 전국민이 정조대왕의 효심과 기상이 깃든 서장대 누각의 소실을 안타까워 했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만큼 코리아의 세계문화재 흠결을 지구촌에서도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공교롭게 서장대가 방화로 찢긴 닷새 전에는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숨졌던 뜨락을 둔 창경궁 문정전이 또 한 시민의 무모한 방화로 불길에 탔다. 관람객 등의 조기 발견으로 소실은 면했다. 200여년 전 아버지와 아들의 죽음과 재기의 현장이 잇달아 화난을 당했다.
다시 5월.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 날이다. 가정의 달의 꽃이다.
모두가 어버이이고, 어른이고 어린이일텐데 그들은 다 잘 있나. 가정의 달에 열외로 처져 무거운 짐 지고 있는 가정의 달 주인들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5월의 시작부터 우리 아이들은 시험에 지쳐있다. 그들이 책상 앞에 앉아 힘겨워하는 사이 어린이 날, 가정의 달은 오고 간다.
“아버지 책상 정리하세요?” 밤 늦게 책상 앞에서 골몰하던 아들은 책상을 함께 들여다 쓰는 탓에 방에 들어서 주춤거리는 아버지에게 짧게 내뱉는다. 신경이 곤두 서있다. 이럴때는 무슨 대답보다 빨리 자리를 뜨는 게 상책이다.
‘중딩’과 ‘고딩’으로 불리는 그들은 어린이날의 주인공인가 아닌가. 우리 속에 자리잡은 오래된 의문이고 질문이다. 그들은 어디에, 어떤 날에 자기들의 이름표를 붙이고 가슴을 내밀 수 있는가. 많은 달력 어디에도 청소년의 날은 없고, 그들조차 모르니 그들은 단지 학생이란 이름뿐이다. 그래서 그들의 날은 11월 3일 학생의 날인가. 아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사이에서 중고등학생들은 왜 해마다 5월 가정의 달에 중간고사를 치러야하고, 또 왜 그 시험은 5월 5일 공휴일을 끼어야 하는지 안타깝다. 그들의 억매임은 그들만으로 끝나지않고 어버이들을, 가족들을 볼모로 한다.
가정의 달 행사는 해가 갈수록 다채롭고 오라는 곳도 많지만 정작 가정의 달 주인공들은 편치못하다.
가정의 달에는 가정의 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워야 한다. 아들 딸이, 형과 누나 동생이 매여있을 때 가정의 날은 온전히 서기 어렵다. 그러고서야 어버이 날이 돼 그 기진맥진했던 아이들로부터 카네이션을 어찌 편히 받을 수 있을까.
한 포털사이트에는 청소년 네티즌들의 질문과 답변이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질문) 청소년의 날이 있다고 들었는데 언제죠. (답변) 우리나라는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을 ‘세계청소년의 날’로 지내고 있다/청소년의 날이 있었다니/청소년의 날이 뭡니까. 난 아예 개념도 모르겠다/청소년의 날은 이제 사라졌습니다. 이제 달력에도 없어졌어요.
(질문) 이번에 중학생이 됐는데요. 어머니께서 어린이날은 그냥 넘어가고 청소년의 날 때 선물 주신다고 하셨는데, 청소년의 날이 언제인가요? 11월 3일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5월 마지막 주 월요일이라고도 하는데, 도대체 언제가 진짜인거죠?
(답변) 실질적으로 청소년의 날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고요.
(질문) 청소년의 날이 있긴 있잖아요. 쉬는 날이 아니어서 그렇지 그게 몇 월 몇 일이에요.
(답변) 11월 3일 입니다.
(질문) 청소년의 날은 왜 쉬지 않나요?
(답변) 우리나라가 청소년에 투자하는게 뭐가 있나요. 공부만 죽어라고 시키고 그 날도 공부하라는 거겠죠/왜 어린이 날만 쉬지. 불공평해/학생의 날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쉬어야하고요. 학생들 공부하고 시험보는 기계아닙니다. 어린이 날을 차라리 청소년의 날로 바꾸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에요.
5월, 기념하며 쉬는 날이 즐비한 가정의 달에 속으로 담아두거나 아예 잊고 사는 청소년들의 마음이다.
이제는 청소년들의 소리없는 외침에 귀를 열자. 교육당국과 일선 학교는 중간고사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4월말에 시험을 마치거나 5월 5일 전에 시험이 끝나게 해 그들이 가족과 함께 쉬고 나들이하며 5월을 체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 정책 중앙행정기구로 발족 1년여를 맞는 국가청소년위원회도 청소년들의 삶에 관심을 갖고 그들이 고삐에서 풀려 일어나 뛸 수 있게 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소개하는 수원시청-화성사업소의 홈페이지는 각종 행사, 공연, 관람안내 등의 정보를 눈에 띄게 잘 꾸며 놓았다. 그러나 그 화성을 잘 지키지 못하면 헛 일이다. 참으로 중요한 것을 가꾸고 지켜내야 한다.
어린이 날에도 어버이 날에도 스승의 날에도 중요한 것은 행사가 아니라 사람이다.
내년에는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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