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4 (수)

  • 구름많음동두천 8.1℃
  • 맑음강릉 7.1℃
  • 맑음서울 9.9℃
  • 맑음대전 9.9℃
  • 맑음대구 12.5℃
  • 맑음울산 7.9℃
  • 맑음광주 11.8℃
  • 맑음부산 10.1℃
  • 맑음고창 7.4℃
  • 구름많음제주 11.5℃
  • 맑음강화 5.0℃
  • 맑음보은 9.8℃
  • 맑음금산 10.2℃
  • 맑음강진군 12.4℃
  • 맑음경주시 8.6℃
  • 맑음거제 9.9℃
기상청 제공

이유있는 화성시민의 분노

김찬형 수석논설위원

요즘 화성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성난 시민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대 초반부터 50년 가까이 노예나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 온 한 70대 노인에 대해 모 방송사의 고발프로그램이 방영된 직후 화성시와 우리 사회에 책임을 묻는 통렬한 항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이다.
73세의 나이에도 인간다운 삶을 누려 보지 못하고 노동력 착취에 시달리며 이른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노동을 해 온 노인. 이 노인을 학대하며 생계보조금을 착취해 온 가해자 부부 가운데 남편은 지난 2일 모 방송에 보도가 나간 이후 화성경찰서에 노인복지법 위반혐의로 구속됐다. 그리고 비운의 노인은 경기도내 모 노인요양시설에서 망가진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사법처리와 피해 할아버지에 대한 요양조치로 사태가 잠잠해지기는 커녕 여론은 들끓고 있다. 이 사건이 세상에 공개되는 과정에서 화성시 공무원들이 보인 안이하고 어처구니 없는 태도때문이다.
노인복지 실무자인 화성시 동탄면 사무소의 한 사회복지사는 “수십년동안 노인을 보호해 준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로 시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화성시 홈피 게시판에는 지난 3일부터 9일 현재까지 수십건의 항의의 글이 오르고 검색 건수만도 1천여건에 이를 정도다.
급기야 최영근 화성시장은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려 “노모를 모시고 있는 자식으로서, 화성시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평생 시골에서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아버님(자신의)을 생각하며 이 글을 올립니다”라며 “피해를 본 노인께 엎드려 용서를 빈다”고 밝혔다. 최영근 시장의 측근(비서실)은 9일 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물의를 일으킨 사회복지사와 지도감독 책임이 있는 동탄면장, 담당계장 등은 대기발령상태로 직무가 정지됐다”며 “현재 경기도와 화성시가 자체감사를 벌이고 있고 조만간 이들 3명에 대해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화성시민들의 분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시민은 “화성시는 도대체 뭐하는 거냐, 노예할아버지를 그렇게 방치해둔 책임은 없는 거냐?”고 반문하고 “그저 한 개인의 일이라고 생각하나본데, 정말 한심하다”며 몇 백대의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되기전에 먼저 인간이 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타 지역 시민이라고 밝힌 네티즌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화성시는 똑바로 하세요”라고 질타했다.
경기도청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맡은 바 있고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노인복지사업에 주력해 온 최영근 시장은 9일 5.31 지방선거 입후보자 동록을 앞두고 “너무나도 안타깝고 노인들께 죄송하다.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자”고 참모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화성시 공무원은 “밖에 나가면 주민들이 손가락질하는 것 같아 점심식사때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구내식당을 이용한다”고 실토했다.
공무원 시험은 이미 수년전부터 수십 대~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공시(公試)’라고 불릴 정도다. 그만큼 사회에서 인정받는 안정된 직업군이다. 이번 일이 공무원이 해야 할 최소한도의 책무를 되새겨 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철밥통’을 차고 수십년간 간다는 안이한 생각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