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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에서 내려 올 선거전

안재현 논설실장

5.31 전국동시 지방선거는 3월 중순부터 선거분위기를 띄웠는데 정작 공식선거전 돌입은 오늘부터다.
가두 유세차량과 알록달록 치장한 선거운동원들의 거리 도열 인사와 이벤트만 없었지 고층 건물에 드리워진 현수막은 두 달이 넘었다.
50%에 밑돈 투표율(2002년 48.9%) 탓인지 삶의 쳇바퀴에 갇힌 사람들 중에는 그 와중에 ‘선거’가 끝난 것은 아닌지 착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세상물정, 선거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타박을 당한 사람들은 없었는지. 내 주변에는 있었다.
새로운 시도는 젊음과 진취적인 사람의 특권이자 표상이라는데 2006년 지방선거는 새로운 기구들이 수술대 위에 즐비하게 놓여진 수술대 같다. 새 도구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도 있겠고, 이것 저것 도구를 만지작거리며 적용해보려다 중요하게 도려내고 봉합해야 할 수술을 그르치게 하지나 않을까 보는 이들을 염려하게 만드는 시험대다.
아직 고층 건물 벽면에 오래도록 매달려있는 현수막을 보는 사람들 중 적지않은 수가 숫자 뒤의 ‘가’ ‘나’ ‘다’가 덧붙여진 기호에 생소해 한다. 알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가 바뀐 선거구제와 정당들의 후보 복수공천 등에 대해 한참 설명해야 하기도 한다. 서로 잘 아는 처지에는 이런 설명이 뭔가 좀 아는 것으로 비치기라도 할까 게면쩍다. 숫자 뒤의 기호는 정당들이 선거구에 획정된 의원수, 당선자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설까지 덧붙여야 한다.
집 안에 앉아서도 저 멀리 건물들 사이로 현수막에 그려진 후보들의 얼굴사진이 보인다. 시력이 좋아서라기보다 현수막이 대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가히 ‘공중전’이었다.
누가 시장 군수 후보인지, 광역의원 또는 기초의원 후보인지 공중의 현수막만 보고는 감이 잡히지 않는다. 현수막이나 벽보에 눈을 가깝게 해야 ‘아, 이 사람이구나’했던 것이 길을 걷다 고개를 한참 쳐들고 봐야 한다. 그래도 먼저 들어오는 건 ‘그 사람 잘 생겼네’이거나 ‘큰 사진 찍느라고 품 많이 들었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선거부터 후보자들이 선거사무소가 있는 건물에 하나씩 설치하게 한 간판과 현판, 현수막 규격 제한을 없앤 자율화와 민주화의 결과다. 현수막의 크기로 무슨 후보인지를 가늠하려다 포기한 것이 2개월여 우리의 경험이다. 현수막은 점점 더 높이 더 크게, 그러다 온 고층 건물 전면 벽을 통째 둘러싸는 것까지 등장했다. 현수막은 크고 요란한데 정작 사람들은 후보들에 대해 전보다 더 모른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은 선거가 됐다.
4년 전 월드컵 때 축구경기장 관중석을 물결치며 우리를 감동시키고 흥분케했던 초대형 플래카드가 지방선거를 맞은 전국 곳곳 건물벽을 도배하고 있지만 그 위력과 감흥은 너무 다르다. 정작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공중에 뜬 후보자들의 모습을 아른거리며 혼란스러워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비교하고 평가해 선택케하는 ‘매니페스토’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광역시와 도, 시군 지자체장 후보들의 정책은 언론 등에 자세히 소개되고 평가자료로 제시된다. 후보들의 소속 당, 참모, 지원세력들의 다양한 경험만큼 지역의 현안과 주민들의 관심사를 담은 정책들이 중요성, 재원조달, 실현 시기 등의 실천 가능성 검증을 거쳐 양산된다.
정책 선거에 지지를 보내고 다행스러워하면서도 남의 머리 등을 빌어 마련한 숱한 정책들이 표를 끌어온 후 얼마만큼 실천될 수 있을 지 의문을 갖게 한다. 혹 쉬운 것, 가시적인 것, 계량적인 것에 가려 큰 것, 어려운 것, 계량화 할 수 없는 것들이 소홀히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게 한다.
‘사람 좋은 것’보다 ‘정책 좋은 것’이 평가받아야 할 현실이지만 계량과 측량의 바람 속에 측량할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이 가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당선된 후 자리에 앉아 많은 시간 홀로 생각하고 결단하고 행동해야 할 후보들이기에 열정, 진실성 등도 정책들에 묻혀버리지 않았으면 싶다.
공식선거전 시작과 함께 후보들의 공중전이 지상전으로, 지역의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설 것인데 본격 선거전에 나설 후보들 한편으로 선관위나 지역 단체들이 많이 달라진 선거제도에 주민들이 실전 적응할 수 있게 돕는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우리 지역구에 2~3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하지만 투표는 한 명만, 투표 당일 광역·기초 단체장과 광역·기초 의원 등 모두 4명, 광역·기초 비례대표 2명 등 총 6명을 뽑는 선거라는 기초는 모두가 알고 투표장에 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투표율이 낮은 선거, 잘 모르고 한 선거, 무효표 신기록 선거란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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