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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테러리스트인가

안재현 논설실장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문구용 칼로 습격한 지충호(50)씨는 테러리스트인가?
분풀이성으로 창경궁이나 수원 화성의 서장대 등에 불을 지르고, 배신에 대한 분노심으로 무차별적 살인·폭력 등을 저지르는 범죄자를 테러리스트로 부르진 않는다.
아담의 두 아들 중 동생 아벨을 시기해 죽인 큰 아들 가인의 범죄는 인류사상 최초의 살인으로 기록됐다.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된 그가 테러리스트인가 아닌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지만 테러리스트로 보는 측도 있다.
테러 또는 테러리즘의 사전적 정의는 ‘어떤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위협 폭력 살상 등 직접적인 공포 수단을 이용하는 주의·정책’이어서 광범위하고 모호하다. 그래서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시각과 관점에 따라 차이와 이견을 낳는다.
이번 박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차기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계획된 정치테러’로, 열린우리당은 ‘한 난동자에의해 저질러진 피습 즉 일반범죄’로 해석하려는 차이를 보인다.
유엔의 전신인 국제연맹이 1937년 ‘테러리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회의’를 열고 국제적 차원의 테러리즘 개념에 대한 첫 정의를 시도했으나 참가국 간 이해가 갈려 안건을 채택치 못하고 대신 테러리즘을 ‘한 국가에 대해 직접적 범죄행위를 가하거나, 일반인이나 군중들의 마음속에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가원수의 배우자에 대한 살상, 공공시설 파괴 등을 테러리즘에 포함시키는 것에 그쳤다.
테러리즘 정의의 통설은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있고, 폭력 사용이나 위협이 따르며, 심리적 충격과 공포심을 일으키고, 소기의 목표나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4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정도다.
그러면 야당 대표를 선택해 흉기를 휘둘러 범행 동기와 범행 배후 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는 지 씨는 테러리스트인가.
경찰은 방화미수·폭행·간통·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전과 8범으로 14년여 수감생활을 한 지 씨에 대한 1차 조사결과로 장기간 실형을 산 데 대한 반감과 실형을 살고도 사회가 받아주지 않는데 대한 적개심이 범행동기였다고 밝혔다.
분풀이로 어쩌다 제1야당 대표가 표적이 됐다는 설명은 미진했다.
전력으로 보아 그런 돌출을 상상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인천이 거주지인 지 씨가 범행 당일인 지난 주말 인천에서 지원 유세를 마친 박 대표가 서울 유세장으로 향한 것을 고속버스편으로 뒤쫓고 신촌 유세장 인근의 한 백화점 문구점에서 커트 칼을 사 유세차량 계단 앞에 대기하다 짧은 순간 범행하는 모습은 태연했다. 사회에 대한 화풀이 대상이 왜 야당 대표였는지, 박 대표가 범행의 표적이었다면 왜 인천을 지나 서울이어야 했는지 의문은 남았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지 씨의 범행과 같은 시간 유세 차량 연단 위에 올라 소란을 피우다 연행된 박 모(52)씨가 여당의 기간당원이었다는 ‘우연’까지 겹쳤다.
적지않은 전과의 지 씨가 경찰에 연행된 후 입을 다물다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뒤늦게 내뱉은 말은 국민들을 당혹케 한다. 지난해 말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을 폭행한 전력도 드러나며 그의 행동지향에서 일관성이 찾아지는 듯도 했다.
범행동기에 대한 의혹과 함께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지원보조금으로 사는 지 씨가 최근 70만원 상당의 DMB휴대전화를 할부로 구입해 사용한 사실 등도 배후 지원 의혹을 부채질 한다. 또 오비이락인지 모 통신장비판매 중소업체 지점장으로 있다는 박 씨의 휴대폰이 최근 바뀐 점까지 의혹을 산다.
그가 테러리스트인지 테러리즘 정의의 4가지 속성에 그와 그의 행위를 대입해 보는 것은 아직은 어설프다.
그가 테러리스트 반열에 들더라도 단독 테러리스트인지, 배후가 있는 테러리스트 인지도 아직 속단은 금물이다.
박 대표가 입원한 신촌 세브란스를 찾은 한 전직 대통령은 ‘정치테러의 배후는 밝혀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국동시 지방선거의 유세전이 진행 중인 때 제1야당 대표의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던 범행, 선거 판세의 유·불리를 떠나 자칫 정국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갈 우려마저 있었던 무모한 범행에 4가지 속성의 마지막 ‘목표가 무엇이었는지’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 무모성이 더 두렵다.
지난 주말과 휴일 보류하거나 잠정 중단했던 여야의 선거유세전이 주 초 비 속에 다시 재개됐다. 검·경합동수사본부가 무모성의 정체를 벗겨내 주도록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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