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0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정말 떠나기 싫은 모양이다. 경고 누적으로 토고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 결장하게 될 때만 해도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의 참모습은 빛을 발하고 있다.
2006 독일 월드컵축구대회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한 프랑스 대표팀의 '중원사령관' 지네딘 지단(34.레알 마드리드) 얘기다.
지단은 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계 최강 브라질과 독일 월드컵 8강전에서 후반 12분 티에리 앙리의 결승골을 도와 팀의 4강행을 이끌었다.
이날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은 득점자 앙리가 아닌 지단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8년 전 프랑스 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혼자 두 골을 몰아넣어 3-0 승리와 함께 우승컵을 안긴 지단은 또다시 '삼바군단'을 눈물짓게 했다.
지단은 스페인과 16강전에서 다리를 다쳐 이후 팀 훈련에 불참하기도 했지만 이날 변함없이 주장 완장을 차고 '아트사커' 프랑스의 중원을 호령했다.
전반 두 차례의 직접 프리킥이 수비벽에 걸리기도 하고 몇 차례 패스미스를 하기도 했지만 전매특허인 '마르세유턴' 등 화려한 개인기와 농익은 플레이를 되찾으며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12분에는 상대 미드필드 왼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차 문전으로 쇄도하던 앙리의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스페인과 16강전(3-1 승)에서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꽂아 넣은 데 이어 이번 대회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다. 프랑스 대표팀의 A매치에서 앙리와 골을 합작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 프리킥 하나로 앙리와 호흡 문제에 대한 논란도 잠재웠다.
지단은 대회 개막 직전 3차례 평가전과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프랑스 대표팀이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듣게 한 구실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명예스런 퇴장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갈수록 그의 투혼은 불을 뿜고 있다.
지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프랑스 축구팬들은 이날 지단이 프리킥을 차려는 순간 그의 애칭인 '지주'를 연호하며 다시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지단의 은퇴는 또 다시 미뤄졌다. 지단의 투혼에 8년 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프랑스의 꿈도 영글어가고 있다./연합뉴스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