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는 인생에 주어진 수많은 날들 중의 하나가 아니다. 내 인생에 주어진 모든 날들이다. 삶이다. 삶에 주어진 모든 시간이다. 삶 그 자체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루를 살아갈 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날들 중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삶의 전부인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다. 온전한 하나의 생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하루들이 모여 긴 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백 년의 생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루는 내 삶의 모든 시간이다.
사랑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내 삶의 모든 시간이다.
지난 날을 돌아본다. 참으로 어리석은 날들이었다. 내가 살아가고 있던 그 날 그 날의 하루가 사랑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내 삶의 모든 시간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그 하루가 내가 맞게 될지도 모르는 삶의 또 다른 하루들을 결정한다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살며 때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사랑만이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사랑만이 내 삶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소나무도 아는 것을 나만 몰랐으니 말이다. 척박하고 척박한 땅을 제 몸으로 품어 다른 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소나무의 사랑도 알지 못했으니 말이다.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구실잣밤나무 같은 참나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손짓하여 부르며 사랑으로 품어 안는 것을 몰랐으니 말이다.
부끄러운 날들이었다. 서글픈 시절이었다.
비다. 비가 온다. 여름이 깊어지고 있음을 알려주는 비다. 여름이 깊어지고 있으니 마음도 깊어지라고 말해주는 비다. 마음 깊이 품은 사랑을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라고 여름의 한가운데서도 옷섶을 여미게 하는 비다. 어서 가라고, 그리움 따라 어서 가라고 발걸음을 재촉하는 비다. 지난 시절의 어리석음을 깨끗이 씻어내라고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비다. 비가 온다. 산에만 숲에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내 삶에도, 마음에도 그렇게 비가 내린다. 다시는 제 삶을 버리지 말라며 내 몸을 어루만지는 비가 온다. 마음에 젖어드는 비가 온다.
창 밖을 본다. 비바람에 소나무 가지가 흔들린다. 후드득 후드득 소나무 가지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요란하다. 가지에 떨어진 빗방울들이 튀어 오른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예쁘다. 아름답다. 마치 소나무 가지와 빗방울이 어울려 함께 춤을 추는 듯하다. 흐르는 음악을 따라 온 몸을 흔들며 춤을 추는 것 같다. 저들도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저리도 흥겹게 춤을 추는 것을 보니 말이다.
삶이란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비바람이 거세진다.
비바람을 탄 소나무 가지들이 거칠게 흔들린다.
하늘은 검고 야트막하게 드리워져 있다.
하늘을 보며 내 마음은 맑고 깊어진다.
비 내리는 숲은 깊은 여름이라도 춥다.
숲을 바라보며 내 마음은 따뜻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