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과연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흔히 학교에서 1등 또는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면 공부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좀더 깊이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만 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공부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퀴즈풀이식 공부이다. 퀴즈 문제로 나올 만한 단편적인 사실들을 매우 폭넓게 섭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공부할 경우 박학다식(博學多識)을 기대할 수 있다. 다른 유형은 탐구 또는 문제해결식 공부이다. 이것은 넓은 분야를 섭렵하기보다는 관심 있는 한 분야에 집중하여 탐구하고, 궁금증이 다 풀린 후에야 다른 분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퀴즈풀이식 공부에 익숙한 학생들은 암기가 공부의 가장 중요한 무기이다. 수학에서조차 공식을 외우고, 문제 유형과 풀이 요령을 외운다.
선다형(選多型)의 객관식 문제를 푸는 데에는 이러한 공부 방식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대부분 퀴즈풀이식 공부에 아주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커다란 함정이 있다. 그것은 퀴즈풀이식 공부를 통하여 습득하는 지식이 대개 얕은 수준의 잡다한 것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많은 학생들은 임진왜란이 몇 년도에 일어났고 중요한 의병장이 누구인지는 순식간에 맞추지만, 임진왜란의 역사적 배경이나 이후의 사회적 귀결 등에 관하여 설명하라면 대강 얼버무리기 일쑤이다.
이런 학생들은 아는 것은 많은 것 같은데 정작 어떤 주제에 관하여 깊이 알거나 정확하게 아는 것은 별로 없다. 이것은 배운 지식을 응용해야 하는 경우에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런 학생들을 가리켜 “똑똑바보”라고 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똑똑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은 이런 “똑똑바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가르치는 방식이 그렇게 만들고,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시험 문제들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공부는 독이 들어있는 사탕을 즐겨 먹는 것과 같다. 당장은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 달콤하게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지식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내는 능력이 마비되는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부하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공부를 잘 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그렇다면 참으로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문제해결식 공부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공부의 출발이 성적보다는 지적 호기심에 의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것저것을 대충 공부하기보다는 한 가지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경향이 많다. 남에게 들은 답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답을 내 보든가 아니면 실행을 해 보고자 한다. 결국 확실한 자기 지식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공부의 목적을 외적인 것보다는 내면의 욕구 충족 둔다. 미국의 유명한 교육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일찍이 교육을 미래의 삶을 위한 준비로 여기지 말라고 충고하였다. 사실 아직도 우리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오로지 대학입시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과 욕구를 송두리째 포기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듀이는, 비록 어린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삶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였다. 따라서 그는 공부의 과정에서 ‘탐구와 발견’을 매우 중시하였다.
시켜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 외적인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적인 만족을 위해서 하는 공부, 짐이 되는 공부가 아니라 즐거이 하는 공부, 그래서 자기가 배운 것을 삶 속에서 되살려낼 수 있는 공부, 바로 이러한 공부를 하는 학생을 두고 ‘공부 잘 한다’고 칭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 어떤 공부를 하고 있을까? 아침 일찍부터 밤늦도록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있는 이들이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홍성수기자 sshong@kg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