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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의천’이 주는 교휸

김 수 섭 (변호사)

 

오염 극심 죽음의 개천서 새로 태어나

억새풀·야생화 온갖 새들의 보금자리

인간이 다시 살린 자연 삶의 풍요 선사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올해 초 비장한 결심을 했다. 좋아하는 맥주를 당분간 끊고 새드리버(SADDLERIVER) 개천가에서 열심히 걷거나 뜀뛰기를 해 건강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4개월 동안 술을 끊고 하루10㎞ 이상을 걷거나 뛰었다.
실개천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다람쥐식구가 보이고, 토끼가 다니고, 야생엄마오리가 어린 새끼들을 거느리고 걸어가고, 가끔은 사슴 가족이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아, 아름다운 개천이다라고 수도 없이 감탄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집 근처에 있는 학의천을 걷고 있다. 미국에 가기 전에는 학이 살았다는 전설이라도 있는 곳이거니 생각했지 단 한번도 개울가를 걸어본 적이 없었다. 좋아졌다는 주변의 말을 들으면서도 ‘실망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했다. 운동화의 끈을 조이고 천천히 학의천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로 들어간다.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끝도 없이 흔들리고 있던 억새풀이었다.
제주도 애월읍에 있는 가을 갈대를 보고 느낀 감동이 흔들려 온다. 억새풀 사이사이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점점이 놓여 있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있기도 하는 꽃은 어울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듯 하다. 학의천의 물이 갑자기 솓구쳐 오른다.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있는 것을 보며 이 개울이 관상용 개울이 아니라 살아움직이는 삶의 터전임을 느낀다.
아 저기 두루미 모자가 한쪽 발들을 들고 서 있다. 엄마 두루미 옆에 작은 새끼 두루미가 부끄러운 듯 숨어 있다. 여기가 그 오염이 심했다는 안양천의 지류 학의천인가하는 놀라움과 감탄이 떠오른다. 자연의 자식인 인간이 자연을 파괴할 줄만 아는 것이 아니라 되살리는 지혜도 지녔다는 것이 진정 놀랍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개천은 두루미와 물고기와 억새와 야생화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그 넉넉한 품에 우리 인간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것이다. 학의천의 산책로에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넘치고 아이들은 숫제 천안에서 물장구를 치거나 물고기를 잡느라고 법석이다. 인간이 보호한 자연이 인간을 지키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면서 매주 주말이 되면 다시 학의천에 찾아오리라 다짐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감탄과 다짐이 흔들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개천에는 인간이 있고, 두루미, 야생화, 억새가 함께 살고 있다.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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