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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부양문제, 가족복지정책에 포함돼야

한 옥 자 수원가족지원센터 소장

 

얼마 전 대학 교수인 친구가 지친 목소리로 전화를 해 왔다. 80세 시모가 허리 아프다며 친구 집에 온 이후 생활이 얼마나 망가지고, 본인이 스트레스를 받는지 분노에 찬 목소리 하소연을 한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힘으로 자식을 키운 노모는 바쁘고, 힘겹게 사는 자녀에게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연한 듯 행동하는 모습에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병원 모시고 다니느냐 학교와 집을 오가느냐 힘드는 문제 뿐 아니라 자식 가족의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고, 가족 경계선을 수시로 드나드는 문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지경이라는 하소연이다.
나와 자식 가족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은 시모는 자식의 살림은 내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지 며느리 출근 후면 일하는 며느리의 어줍잖은 살림살이를 당신 맘대로 뒤지고, 바꾸어 놓고, 심한 경우 냉장고 속까지 당신 취향대로 바꾸어 놓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친구는 50살이 넘은 중년의 삶의 질 이야기를 한다.
이런 일은 비단 내 친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평균 수명 80살의 시대, 노인 인구 10%의 사회,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54%의 이 시대에 수많은 가족들이 겪는 문제일 것이다.
대가족 문화의 뿌리에, 핵가족 문화의 줄기를 달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 열매를 맺는 현재, 노인 부양 문제는 당사자와 부양자, 그리고 정책 사이의 괴리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은 누구 잘 잘못이 아니라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에서 생기는 문제이고 시대 변화에 따른 과도기 현상의 하나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당분간 부양 갈등은 더 심각해 질거라는 것이다.
현재 노인은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으로부터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가 될거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부모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의 한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의 60%는 노후에 가족과 함께 기거하기를 원하나 자녀 세대는 20%만이 가정에서 부모를 부양하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 관련 의식은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부모 부양 책임에 대한 부모와 자식 간 가치관 차이는 갈등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 노인은 노인대로 신세를 한탄하고, 자식을 원망하고, 살아온 삶 전체를 후회하고, 세상을 미워한다. 자식세대는 노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부양을 가족의 책임으로 넘기는 정부 정책을 원망하게 된다.
다행히 2008년부터 실시되는 수발보험을 기대해보지만, 일본의 개호보험 실시 5년 평가 결과에 비추어 볼 때 부모도, 부양가족도 행복하게 사는 길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가족복지 정책은 요보호가족 중심의 선별적 가족정책이었다. 즉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최소한의 가족의 최소한의 삶을 지원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최근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가족 구조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가족정책의 방향이 보편적 정책으로 변화, 확대되고는 있다. 그러나 부양 문제는 가족정책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못하고 특히 최근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서조차 여전히 가족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강한 가족은 높은 삶의 질 유지에서 가능하다. 일하는 엄마의 보육의 어려움 보다 더 심각한 부양 문제를 이제는 노인복지적 차원 뿐 아니라 가족 삶의 질 차원에서 사회가 함께 토론하고 대안도 마련하고 풀어가야 한다.
전 세계가 복지국가를 지향하던 1970~80년대에도 우리나라는 복지를 가족에 떠넘기면서 ‘효도’라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때부터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에 맞추어 가족복지적인 차원에서 준비를 했어야 했다.
지금도 여전히 노인관련 제도와 정책 수립에 중심이 가족 책임을 전제로 이루어진다면 노인 자신은 물론 가족의 삶의 질 마져 낮아져 또 다른 문제인 ‘가족의 위기’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부모 부양 문제를 가족책임에서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정책으로 바꾸어가야 할 것이다. 노인 문제를 더 이상 노인복지정책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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