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명인간 최장수’의 경우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그만 필(?)이 꽂혔는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최장수(유오성 분)가 절정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장면이었다.
아이들과 갔던 놀이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오다가 기억상실로 인해 길을 잃고서 울부짖는 그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양손에는 아이스크림이 줄줄 흘러내리고 초점 잃은 그의 눈은 세상을 갈망하는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때 처음 본 드라마지만 대충 앞뒤 스토리를 추측해 보니 강력계 형사인 최장수가 가정에 충실하지 못한 채 무능함을 이유로 이혼을 당하고 난 뒤 가정으로부터 버림받고 알츠하이머병까지 얻게 되어 인생의 마감을 준비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
이 드라마가 폐인을 몰고 다니는 정도의 인기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 10대, 20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도 아니고 눈을 자극하는 화려한 장면도 별로 없다.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부부의 갈등과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가장의 비애가 적나라하게 비쳐진다.
과연 이 시대 가장의 능력은 얼마쯤 되어야 하나? 강력계 형사인 최장수는 평범한 셀러리맨의 표본이라고 생각된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현장에서 범인을 검거하며 집에도 못들어가며 헌신하면서 최선의 생활을 하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이혼이라는 훈장이다.
조발성 알츠하이머병까지 얻어가면서 이룩한 가장의 자리는 하루 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진다. 남은 생애의 짧은기간 동안 남은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한다.
구조조정이라는 거대한 사회의 담론에 밀리어 이 시대 가장의 정년은 없어진지 오래다. 평생직장이 없어진 것이다.
가족을 위해 평생 일할 터전이 없어지고 무한경쟁의 싸움터에서 살아남아야 그래도 몇 년 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낙오자는 갈 데가 별로 없는 게 현실이다. 몇 푼 안되는 퇴직금으로 장사라고 해봐야 제일 만만한 호프집 아니면 치킨집이다. 이것도 90% 이상은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만다. 현실의 냉혹한 시장논리에 적응을 못한 탓이다.
이 드라마에서 최장수의 역할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모든 남성의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처절하다.
알츠하이머 때문에 눈의 초점이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진 가장의 현실이 눈의 초점을 잃어버리게 한 것은 아닐까.
주어진 시간은 짧다.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또 무엇을 버려야 하나?
문득 제목에 투명인간이 붙은 이유가 궁금해진다. 이는 가장인 최장수의 모든 약점을 드러내 놓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의 내장까지도 말갛게 드러내 놓는 투명한 삶의 종말은 과연 어떤 것일까. 사실 드라마의 종말은 그리 궁금하지는 않다.
부성애를 자극하는 드라마에 악어의 눈물이라도 흘려봤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