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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과 도박의 차이는 고작 2%

 

노무현대통령이 성인 게임장 ‘바다이야기’사건과 관련, 국민에게 사과했다. 역대 다른 대통령처럼 연단에 서서 원고를 읽고 이를 TV가 중계방송하는 형식의 사과는 아니었다. 일종의 간접 사과인 셈이다. “국민들한테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린 데 대해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마음으로 사과드린다.” 고집불통인 그가 그 동안의 ‘진상 규명 후 사과’라는 입장에서 후퇴, 이렇게 말한 것은 뒤늦게나마 사건의 중대성과 심각성을 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도박은 단속하는 법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놀이가 개발되었다. 흔히 말하는 ‘비디오물과 게임물’이다.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바다이야기라는 게임기는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의 정한 절차에 따라 관계 기관의 허가를 받아 출시된 성인용 오락기계이다. 겉으로는 도박이 아니다. 이 컴퓨터가 주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고 있다. 이 기계를 만든 사람, 이 기계를 설치해서 오락장을 운영하는 사람과 상품권을 환전하는 사람은 때돈을 벌고 있다. 이 기계는 돈을 먹는 하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당첨될 때마다 상품권을 받는데 이를 환전하자면 표시액의의 10%씩을 수수료로 부담해야 한다. 이 상품권의 환전 업무는 거의 모든 오락장 주인의 겸직이다. 이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다는 거위라 하여 너도 나도 뛰어든다. 대통령 친·인척도 하나씩 걸머쥐었다. 그 동안 상품권이 자그마치 30십조 원 가량이 발행되었다니 이를 어찌 수습할지 걱정이다. 이것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적 쏠림현상인가.
노대통령은 지난달 31일 KBS와의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도의 허점·산업정책·규제완화·부실한 도박 단속이 뒤엉켜서 아주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책임이 조금씩 조금씩 다 모아져서 크게 돼 버린 것이어서 대책을 세우기도 상당히 쉽지 않다.” 그가 이 문제를 ‘정책 실패’라고 언급한 것과는 뉴앙스가 많이 다르다. 진실은 하나일텐데 얼버무리는 것인지, 아직 진상을 모른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표현이다.
노무현정권은 국민의 개혁욕구를 실천하라는 대임을 부여받고 출범하였다. 개혁은 윈칙과 상식을 바로 세우는 일에서 출발한다. 그는 많은 지지자들을 이 점에서 실망시켰다. 믿음을 잃었다. ‘준비 안된 대통령’이라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그가 진정으로 정치를 아는지 궁금하다. ‘정치란 무엇인가’. 공자는 자공의 이 같은 물음에 “식량(食)을 충분히 비축하고, 군비(兵)를 충분히 갖추고, 국민이 위정자를 신뢰(信)하도록 하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다시 자공이 묻는다. “만일 불가피한 사정으로 하나를 버린다면 이 食· 兵. 信의 셋 가운데 어떤 것을 버려야 합니까?” “군비를 버려야 한다.” 다시 묻는다. “만약 불가피한 사정으로 또 하나를 버린다면 食·信 둘 중 어느 것을 버려야 합니까?” 공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식량을 버려야 한다. 죽음이란 옛부터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지만, 만약 백성에게 위정자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나라도 존립할 수 없게 된다.” 도박공화국에 대해 국민이 신뢰할 수는 없다. 앞날이 정말 걱정이다.
개혁적이라는 대통령이 왜 이런 정책을 시행해 왔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을 진작 직접 한번쯤 읽어 보았어야 했다. 이 법은 제1조인 (목적)부터가 아리까리 한 법이다. “...게임물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관련산업의 진흥을 촉진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에서 시작, 3항에서는 ’게임물‘을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및 기기를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법대로 라면 게임장에 가는 일이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뜻이 되며, 집 팔고 도적질 해서 게임장에 바치는 일도 오락이라는 말이 된다. 이런 법을 만든다는 것은 오락과 도박의 차이를 변별하지 못하는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이 있어서다. 도박공화국은 김대중정부 말기부터 건설을 시작해서 노무현정부 들어서 완성하려 했던 것인가. 믿어지지 않는다. 늦게나마 실체가 드러나고 있으니 천만 다행한 일이다. 두 대통령은 개혁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엉뚱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민심이 떠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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