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9월 경찰과 검찰 양기관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이 문제에 관한 논의를 시작했고, 같은해 12월에는 민간위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반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고 대국민공청회도 개최했다. 지난해 6월에는 여야당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연명한 2건의 형소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의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12월에는 집권여당에서 사실상 당론의 형태로 최종적인 개혁법안을 확정하는 역사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개혁작업이 종착역에 이르고 있을 시점, 수사구조개혁에 관한 공방과 대립이 더욱 가열되자 정치권의 부담도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정부에서 논쟁의 자제를 강력하게 당부했고, 이후 최근까지 표면적으로는 진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개혁을 주장하는 입장에서 현재 논의를 자중하고 있는 것은 이미 개혁의 큰 방향성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 가닥잡혀 있고, 또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결론내겠다고 한 약속을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수사권마저 철저하게 장악함으로써 유발되는 폐해는 실로 다양하다. 무엇보다 검찰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는 기소는 물론이고 수사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경찰이 분투해 검사의 불법을 수사하고자 하더라도 일단 범죄발생단계에서 검찰에 보고돼 지휘를 받게 되고, 각종 영장신청이 자의적으로 차단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은 포괄적 수사지휘권으로 언제든지 수사중지나 사건송치를 명령할 수도 있다.
최근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떡값사건이나 윤상림브로커사건의 수사과정에서 범죄혐의가 짙었던 검사들이 단 한 명도 수사대상으로 입건조차 되지 못했다. 이는 현행 검사지배적 수사구조의 문제상황을 여실이 보여준 실례이다.
기소재량을 남용한 불법수사의 폐해도 이에 해당한다. 기소유예나 불입건을 미끼로 공범자나 참고인으로부터 무리하게 진술을 강요하다보니 자신이 살기 위해 거짓진술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검찰에서 억울하게 수감됐다가 무죄로 풀려난 경우도 허다하다.
주권자에 의해 선출되지도 않은 1,500여명 남짓한 미검증의 소수 공무원에게 이처럼 막강한 통제없는 권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현행 수사구조는 검·경의 중복수사라는 기형성이나 수사의 책임소재 불명확, 경찰의 책임의식 결여 및 패배주의 풍조 양산과 이에 따른 경찰발전의 저해, 검찰의 자의적 편파적 수사종결에 대한 견제불능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국회 계류된 형소법 개정안이나 여당안은 경찰의 수사권한을 법적으로 명시하고 검사가 송치이전에 경찰수사에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을 일정부분 제한하자는 수준이다. 검사의 경찰수사에 대한 통제권을 배제하는 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은 준칙제정을 통해 일반적인 지휘가 가능하며, 경찰이 입건한 모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므로 검사가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이를 통제할 수 있다. 무엇보다 헌법상의 영장청구권은 검사에게 여전히 귀속되므로 경찰의 모든 강제수사는 검사의 사전적 사후적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체포구속장소감찰 등 인권보장적 차원의 검찰활동은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검찰송치전 수사단계에서 경찰에게 책임에 상응한 최소한의 자주적 수사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사가 상사로서 지시하는 현재와 달리 제3자적 입장에서 경찰수사를 체크하게 된다. 오히려 수사통제권의 실효성이 확보돼 인권침해를 보다 충실하게 감시할 수 있고, 기소의 공정성도 담보될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수사권이나 자체수사인력은 변함없이 유지되므로 경찰이 위법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수사하고, 또한 직접 기소해 형사처벌할 수도 있다.
반대론자가 경찰이 통제불능의 비대권력이 된다고 침소봉대하는 것은 어떠한 기득권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공약이자 21세기 선진 형사사법제도를 마련하는 개혁과업이 더 이상 지체돼서는 안된다. 국민 다수가 요구하고 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개혁과제의 추진을 방치하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집권말기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 즈음해 정부와 국회에 강력한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