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암봉은 안산시 외곽 안산동 뒷산이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산을 잘 타는 사람이 안산동에서 바로 가파른 코스를 택하면 30분 안팎의 거리이고, 초심자는 한 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래서 등산 초심자들이 연습차 자주 찾는 산이다. 수암봉 아래의 왼쪽으로는 깊은 계곡이 숨어 있다. 이 계곡을 중심으로 한 삼면의 능선과 입구에는 철조망이 높게 쳐 있다. 사람들은 이곳을 사유지로 알고 있다. 더구나 일부러 근처로 가 보기 전엔 철조망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결코 사유지가 아니고 ‘대한민국 국방부’땅이다. 10만 평이 조금 넘는 면적이다. 육군 탄약부대가 운영하는 ’폭발물 처리장‘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에 걸쳐서 경기 도내 서남부 지역에서 수거한 불발탄을 모아다가 터뜨리는 장소이다. 특별한 시설도 없다. 계곡 중심부에 구덩이를 두어 개 파놓은 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군사시설이란다. 1982년부터 국방부가 사들여 폭발물 처리장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벌써 25년째이다. 그 때만 해도 입구에 주민도 별로 없었던 외진 골짜기였다. 지금은 많은 주택이 들어섰고, 산을 찾는 사람이 몰라볼 정도로 늘어난 세상이라서 이 시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혐오시설’이자 불편한 존재로 미움을 받고 있다. 이 시설을 옮겨달라는 시민운동이 3년째 벌어지고 있으나 국방부 측은 대토가 마련되지 않는 한 옮길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화성시 태안읍 송산리 산 4-57 일대에는 남수원 골프장 백두코스 9홀이 있다. 이 일대는 본디 갈양사(용주사의 전신)땅이었다. 지난 70년대 중반부터 제10전투비행단 측에서 이 절로 사람을 보내 ‘탄약고 등 군사시설로 이용하려 하니 토지 사용을 승낙해 달라’고 반은 사정하고 반은 협박을 했던 모양이다. 사찰 측은 군이 무서워 사용 승낙을 해주었다는 것이다(중부일보 9월 4일자). 물론 소유권을 넘긴 것은 아니다. 단지 사용 승낙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군 당국은 얼마 지나서 토지수용 대가라며 땅값을 보냈고, 사찰 측이 이를 거절하자 법원에 땅값을 공탁해 놓고 지난 85년에는 소유권 등기 이전까지 마쳤다고 한다. 보도 내용대로라면 깡패들의 짓이다. ‘서슬 퍼렇던 군사독재 시절의 일’이어서 아무 소리 못했다고 사찰 관계자는 증언하고 있다. 지금은 제대군인들의 단체인 군인공제회가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바뀌었다. 골프장은 군사시설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1961년, 5·16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이래 박정희로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27년간의 군사독재 시대를 겪어야 했다. 이 시기, 국군은 국민의 군대가 아닌 정권의 군대였다. 명령 하나로 복종을 강요하는 군대식 원리는 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했다. 이런 군사문화는 수많은 폐단을 낳았고, 숱한 불법을 자행했다. 그래서 국방부는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국방부 군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할 일은 태산처럼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에 알려진 대형 사건에만 매달리지 말고, 위에서 언급한 폭발물 처리장 이전 문제나, 화성 용주사 터 원상회복 문제 등 많은 민원 해결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군사시설을 빙자하여 사유지를 군 골프장으로 용도 변경한 일이나, 안산 시민들의 허파 구실을 하는 수리산 등산로 일부를 막고 있는 처사는 분명히 민주 군대가 취할 자세가 아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안보환경도 변하고 있다. 군도 시대의 변화에 순응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은 군에 대해서 가일층 신뢰를 보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