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빼빼로데이’로 알려진 11월11일. 그러나 달력을 보면 이 날은 ‘농업인의 날’로 표시돼 있다. 11월11일은 한자로 ‘土月土日(十一月十一日)’로 농업과 불가분의 관계인 흙(土)을 상징한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농업인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날로 지난 1996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다고 한다.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들로 나가 뙤약볕에서 하루종일 농사일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노동이어서 늘 농민들은 몸살과 근육통, 두통 등을 호소하고 있다. 그렇지만 찾아갈 병원도 가까이 있지 않아 소주, 막걸리 한잔에 지친 몸을 달래는 게 태반일 것이다. 농촌 마을에서 갓난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고 그나마 남아 있는 젊은 농사꾼들도 아이 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나버리곤 한다. 문화·복지정책도 와닿지 않는 곳이 우리 농촌이다. 정말 심각한 사실은 3백만 농민이 모두 빚더미를 이고 농촌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2004년 세계무역기구(WTO) 쌀 재협상을 앞두고 전면적인 쌀 개방을 선언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과수농가를 비롯한 수많은 농가들이 그대로 주저앉을 상황이다. 농업은 국방처럼 매우 중요한 주권산업이자 환경·식량·문화산업인데, 이렇게 중요한 농업을 놓고 왜 경쟁력이 없다느니, 싼 외국 농산물을 사다 먹으면 된다느니, 농업을 버리고 다른 산업을 육성하자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미국 등 다른 나라는 WTO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자국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 농업을 보호 육성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는데도 말이다. 농민들의 삶을 멀리서 지켜보면서 글을 쓰는 나도 한편으로는 죄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우리 모두는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며, 농민을 제대로 대접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