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신이 병으로 인한 아픔을 알기에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신장과 간을 가족도 친척도 아닌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기증한 것도 모자라 30년간의 공직생활 퇴직금을 툴툴 털어 무의탁 노인들을 모시고 살아가는 부부가 있다. 화성시 장안면 장안리에서 5년째 성신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근묵(57)·이경희(55)씨 부부가 바로 그 주인공.
본보가 연중 캠페인으로 벌이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우리쌀 보내기 운동’의 2회째 수혜자로 성신양로원의 김씨 부부를 찾았다.
김씨 부부의 선행을 소개받았을 때 두차례나 장기기증을 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또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장기를 기증한 부인은 어떻게 생겼을까 무척 궁금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단아한 건물로 여느 가정집처럼 아늑하고 포근해 보이는 성신양로원에 들어서자 김씨 부부가 환한 웃음을 머금고 반갑게 맞았다. 김씨 부부의 첫 모습은 국내 제1호 부부장기기증자라기 보다는 무척이나 선량한 농부의 모습이었으며 서로가 닮아 보였다.
김씨는 지난 1995년 만성신부전증으로 생명이 위독하던 40대 회사원에게 신장을 떼어 준데 이어 2002년 2월 30대 가정주부에게 간 일부를 조건없이 기증하는 등 두차례나 선행을 펼쳤다.
장기를 기증한 계기에 대해 김씨는 “월남전에 참가했을 때 동료들이 부상당한 것을 수 없이 보면서 헌혈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알았고 이러한 생각이 계속 이어져 그동안 160여 가량 헌혈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씨는 “장기간 고엽제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어오면서 병자들과 그 가족들의 고통이 어떠할 지 알게 됐다”며 “내가 생활하는데 지장이 없으면 나눠주자는 생각에 신장과 간을 기증하게 됐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이처럼 김씨가 두차례나 장기를 기증하자 부인 이씨도 남편의 뜻에 따라 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장을 기증했다. 이씨는 “수술 후 남편이 너무 아파하길래 진짜로 그렇게 아픈지 너무 호기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저도 신장을 기증하게 됐죠”라며 웃으며 말했다. 부부는 나란히 사후 각막 등 신체기증도 서약했다고 한다.
“죽으면 어차피 썪을 몸인데 건강할 때 다른 사람에게 주자는 생각에서 기증했다”고 말하는 김씨 부부의 모습에서 거리낌이나 가식이 없이 그저 있으면 주고 없으면 못준다는 무소유의 큰 뜻이 묻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