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급에서 6-70명이 수업을 받던 시절에도 학교가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는데, 지금은 3-40명이 수업을 받는데 사교육비가 왜 이렇게 많이 들어야 하느냐 ?”는 질문을 이러저러한 모임에 나가서 자주 듣는다. 물론 선생님들이 학부모님들의 애타는 심정을 이해하고 좀 더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 열심히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교사가 존중받는 학교 문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선생님들의 노력만으로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할 지는 의문스럽다. 취업에서 학벌에 바탕을 둔 비합리적인 관행이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교육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자식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여 ‘괜찮은 일자리’ 갖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모든 학부모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만큼 좋은 대학과 일자리가 많지 않다.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경쟁이 필연적이라면 반드시 공정해야 한다. 공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이 활발하여 사회의 역동성을 유지시키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에서 일어나는 경쟁은 안타깝게도 공정하지 않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구매할 능력이 있는 계층의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로 나뉘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는 이런 현실을 기정사실화하고 계층차별적인 학교정책을 확대시켜왔다. 정부는 목소리 큰 계층의 교육 불만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공교육 전체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에는 소홀했다. 소수의 선택된 자와 대다수의 방치된 사람들 간의 불공정 경쟁 조건을 심화시키는 계층차별적인 학교정책으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기약할 수는 없다.
“모든 학생을 보다 좋은 조건에서 교육시켜야 한다.” 는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교육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말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6-70년대 계층별로 학부모가 사교육비에 사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의 차이와 현재 계층별 사용가능한 수단의 차이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교육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질이 대폭 개선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급당 학생수는 국제표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초등학교 33.6명, 중학교 35.5명으로 OECD 국가평균과 비교하여 학급당 학생수가 각각 12.2명, 11.4명이 더 많다.
행정관리직ㆍ기능직ㆍ전문직을 다 포함한 전체 교직원수 역시 OECD 국가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초중고 학생 1000명당 교직원수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54.0명으로 OECD 국가평균 107.4명의 50.3%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에 있는 ‘보조교사나 조교’ 항목은 아예 해당사항이 없으며, 전문직의 경우 OECD 국가평균의 1/7 이하이다. 행정직 역시 OECD 평균의 1/3이 안되는 수준이다.
“수업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는 말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 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교육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교사의 자질 뿐만 아니라 교육 재정, 교원 수, 교육 시설, 교육 정책, 관리자의 학교 경영능력 등 많은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계층간 교육격차를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의 교육적 상호작용을 강화시키는 일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낮추는 것이 교육개혁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 감축은 선진국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차별철폐 조치의 핵심이며, ‘교육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방과후 학교와 같은 미봉책으로 교육 양극화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는 안된다. 공적 투자를 늘리고, 실질적인 교육 기회 균등을 실현하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질높은 공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수준 높은 교육이 가능하고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학급당 학생수 1/3이 줄어드는 동안 교육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은 몇 십배 뛰었다. 프랑스는 1인당 GNP 6,800$일 때 고등학교까지 완전 무상 교육을 실시했다. 내년이면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0,000$라고 한다. ‘질높은 공교육’을 위해 부족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의지이다.
이 성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