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는 정력에 좋은 물고기로 유명하다. 몸이 가늘고 길며 원통형인 이 물고기는 2~3급수에 해당하는 저수지, 호수, 늪, 하천에서 주로 살며, 성숙하면 깊은 바다로 내려가 산란하고 다시 서식지로 돌아온다. 맹렬히 꿈틀대며 전진하고, 야행성(夜行性)이며 양기(陽氣)를 북돋아주는 이 물고기는 비싸긴 하지만 수요가 폭발해 양식장에서 대량으로 길러지며 요리상에 올라서는 미식가들의 침을 돋군다.
뱀장어의 외형상 특징 중 가장 두드러진 것 중의 하나가 미끄럽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뱀장어는 미꾸라지와 닮았다. 그러나 미꾸라지는 성인의 검지손가락 1~2배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고 값도 싸지만 뱀장어는 50㎝에서 1m 가량 되며 값도 미꾸라지의 수십 배나 된다. 만일 동작이 민첩한 사람이 저수지, 늪 또는 양식장에서 뱀장어를 맨손으로 잡으려 하다가는 미끄럽고 재빠른 뱀장어에게 번번이 헛손질을 허용하고 만다.
우리나라의 외교관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유엔 사무총장이 돼 국위를 선양한 반기문씨가 성탄절인 25일 미국 ABC방송의 진행자인 조지 스테퍼노펄러스씨로부터 “전임자인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쟁은 유엔 헌장을 어긴 불법(illegal)이라고 규정했다. 당신 생각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 중요한 것은 이라크 국민의 장래”라며 ‘원론형 답변’으로 빠져나갔다. 이 때 진행자는 “당신은 원하지 않는 답은 안 하는군요. 왜 당신이 ‘미끄러운 뱀장어(slippery eel)’란 말을 듣는지 알겠다”고 꼬집었다.
미국 방송과 반총장의 예화(例話)는 우리나라 속어인 ‘뺀질이’와 ‘마캥이’를 떠오르게 한다. 전자는 요령을 피우며 얄밉게 행동하는 사람을, 후자는 ‘막힌 이’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로서 앞뒤좌우를 가리지 않고 꽉 막힌 고집불통인 사람을 가리킨다. 세상에서 두 부류의 사람이 맞서면 흔히 전자가 이긴다. 반기문 총장은 결코 ‘뺀질이’가 아니지만 요직을 맡은 공인(公人)으로서 재치 있고 신중한 처신을 하고 있다.
이태호 <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