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독립 언론으로서의 권위를 지켜온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이 지금 심각한 내분에 휩싸여 있다. 회사 측이 삼성그룹 이 학수 부회장 관련 기사를 편집국장 몰래 인쇄 직전 빼버린 채 발행한 사건은 반년 전의 일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 편집국장은 사표를 냈고, 기자들은 ‘편집권 독립’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혼란 상황 속에서 회사 측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시사저널’의 모회사인 서울문화사에서 일부 간부와 외부 필자의 도움을 받아 이른바 ‘짝퉁 시사저널’을 세 차례나 발행했다. 기자들이 지난 11일부터 회사 앞 노상에 천막을 치고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 측은 마침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 46조에 따라 지난 22일 자로 직장 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지 11일만이다. 언론 자유가 만개한 21세기의 서울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언론 자유는 언론자본가의 자유일 뿐인가. 서글픈 현실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1989년, 전 동아건설 최 원석 회장의 친제인 최원영씨가 창간했다. 그는 경영에만 전념하고, 편집은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지성적 언론인 박권상씨에게 맡겼다. 이 주간지는 90년 대 주간지 붐을 타고 크게 성공, 미국의 타임이나 뉴스위크처럼 권위있는 정론지로 자리를 잡았다. 박권상 이후에도 한국일보 출신 김훈 등 저명한 언론인들이 편집 책임자를 거쳐 갔다. IMF 여파는 이 주간지에도 불어 닥쳤다. 결국 이 회사는 1990년, 전 중앙일보 출신의 서울문화사 대표 심상기씨에게 넘어갔다. 심씨는 경향신문 기자를 거쳐 중앙일보 창간과 함께 중앙일보로 자리를 옮겨 편집국장 등 중앙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직업 언론인이다. 그는 일요신문 등 언론 사업에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재 중앙일보 후배인 금창태 사장에게 경영권을 위임하고 회장으로 있다.
심 회장은 충남 부여 태생으로 고려대 법대 출신이며, 금 사장은 경북 안동 태생으로 고려대 정외과 출신이다. 심 회장과 금 사장 모두 존경받았던 언론인이다. 이번 사태의 장본인인 금 사장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 2003년 12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고려대 출신 경제인 대상과 그의 고향인 안동의 ‘명예로운 안동인상’을 수상한 거물 언론인이다. 국민훈장 동백장은 누구에게 주어지는가. 국민훈장이란 “정치, 경제, 사회, 교육, 학술 분야에 공적을 세워 국민의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그의 훈장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언론 사업은 아무나 하는 사업이 아니다. 언론 사업을 하려면 언론의 사명에 대한 투철한 인식과 철학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의 예를 굳이 들자면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는 분명히 사기업이지만 그 소유주는 미국 시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대를 물려서 경영을 하지만 미국 언론사 어디를 봐도 기자를 탄압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운을 걸고 정치권력과 맞서 싸웠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워싱턴 포스트와 닉슨 대통령의 보도전쟁 그리고 뉴욕타임스와 미 국방성 간의 기밀문서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요하게 추적해서 닉슨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고, 뉴욕 타임스 기자는 월남전에 관한 국방성 기밀문서를 폭로해서 전쟁 종식에 큰 기여를 했다. 두 사건 모두가 정론을 고집하는 미국 유력지의 역할이었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고, 양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큰 신문은 국민을 예사로 속인다. 동아일보는 30여 년 전인 지난 1975년 3월,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해 박 정희 유신독재와 처절하게 싸우던 양심적인 언론인 150여 명을 길거리로 내쫓고 독재 권력과 야합했지만 해직사건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론지라고 독자를 속이고 있다. 사주인 김씨 일족은 대를 물려 언론자본의 권세를 향유하고 있지만 국민의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 사회와 한국 사회의 차이이다.
언론사업가가 직장 폐쇄를 자행하는 일은 언론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언론은 여론을 조성하고 전달하는 민주 사회의 기본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이다. ‘시사저널’의 사시에도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실천’한다는 조항이 있다. 금 사장이 삼성 관련 기사를 삭제한 사건은 스스로 이 사시의 정신을 깡그리 무시한 것인데 하물며 직장까지 폐쇄했다. 거리를 맴도는 26명의 언론인들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을 개탄하고 있을 것이다. ‘시사저널’은 다시 회사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빨리 언론 경영도 선진화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