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존재하는 한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이기려면 일류를 목표로 노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이 지나쳐 ‘지옥’으로까지 묘사되는 사회는 인간성이 박제된 곳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국가의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시정하지 않자 학부모와 시민운동단체들이 일류대 합격축하 현수막을 철거하는 운동에 나선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지난해 말 참교육학부모회 광주지부, 청소년 인권단체인 아수나로 광주지부, 광주인권운동센터를 비롯하여 학생들이 만든 학벌 없는 사회 학생모임 등이 연대하여 일부 고등학교에 걸린 서울대 합격 축하 현수막을 철거하기 시작하여 11개 학교에 걸린 현수막을 모두 거둬 내렸다. 일부 고등학교가 서울대학교를 비롯한 일류대학교에 학생들을 많이 합격시킴으로써 자기 학교의 명예를 올리고 학교 경영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일류대 합격자 수나 합격자 명단을 적어서 높이 매달아놓은 현수막은 다른 한편으로는 일류대에 합격하지 못한 다수의 학생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일류병을 조장하는 역기능을 발휘해온 것이 사실이다.
광주시민들이 엘리트 중심주의를 반성하고 그러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상징적이긴하지만 문제의 현수막을 내려서 찢거나 버리는 행동은 작지 않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아수나로 서울지부도 서울지역 고등학교의 현수막을 조사한 뒤 해당 고등학교에 철거요청 공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는 학교가 일류병 조장 현수막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자진철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학부모와 시민운동단체들이 교육운동, 사회운동 차원에서 학교와 대화한 후 합의점을 찾지 못할 때는 해당 현수막 철거와 관련하여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문제와 양상은 다르지만 1980년대 초에 전두환 독재정권이 발령한 비상계엄령 하에서 거리로 몰려나와 ‘전두환 퇴진’ ‘민주주의 회복’ 등을 외치던 대학생들이 서로 연락하여 일제히 학교 뺏지를 뗀 사실이 있다. 뺏지는 일류대 학생들에게는 자부심의 상징이었지만 그 외의 학생들에게는 창피의 대명사였다. 대학생들이 신분의 위험을 무릅쓰고 데모를 하는 상황에서 일류대 학생과 그밖의 대학생들이 마음의 거리를 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학생들은 데모가 끝난 후에도 뺏지를 안차기로 약속하여 대학교 뺏지를 추방했다.
우리는 사회정의에 민감한 학부모와 시민운동 단체, 그리고 일부 학생들이 일류병을 조장하고 인간을 차별하는 폐단을 낳고 있는 일류대 학교 합격축하 현수막을 떼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상을 주목하며, 이들이 해당 학교 당국자들과 대화하여 행위의 당위성에 대한 공통 인식을 바탕으로 소기의 성과를 얻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