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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비 증가와 정부의 착각

모처럼 청소년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드라마를 띄엄띄엄 본지라 내용을 다 알 수는 없었으나, 대략 필자가 이해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 학교에서 특별관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 학생들을 별도로 모아 특별관리반을 운영한다. 그런데 같은 이름의 학생 두 명이 행정상 착오가 있었는지 특별관리반에 가야 할 친구는 다른 반으로, 다른 반에 가야할 친구는 특별관리반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자의 친구는 흔히 놀던 친구였으나 학교가 실수로 반을 잘못 배정하는 바람에 놀던 생활을 청산하고 모범생이 된다. 그리고, 후자의 친구는 특별관리반으로 배정이 되어,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로부터도 특별관리반이라는 차별과 멸시를 받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로 마무리를 하게 된다. “무엇이 문제아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단 말인가?”
드라마에서 운명(?)이 뒤바뀐 친구의 이 같은 대사는 비단 드라마 속의 얘기가 아닌, 우리 현실의 곳곳에서 언제 또다시 나를 그러한 차별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릴지 알 수 없는 상항을 빗대고 있다. 그래서 사실은 두렵다. 우리 사회의 차별이라고 하는 것이…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12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도입하고, 수급권자가 1, 2개의 병원만을 이용하는 선택병의원제 도입, 현행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카드로 변경한다는 내용으로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도덕적 해이와 이로 인한 의료급여비의 증가를 개정 주요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의료급여비가 증가한 것은 정부가 의료보장 확대 차원에서 차상위 계층 중 희귀난치성 질환자, 만성질환자, 아동을 의료급여 대상자로 지정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대상자가 늘어나게 되면 의료급여비 지출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재정 추계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즉, 자연증가분만을 추산하고, 대상자가 확대된 것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정부는 의료급여비 증가의 책임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물론, 의료남용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가 그 원인과 대책을 잘못 진단했다는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다.
외래의 경우, 1종 수급권자의 의료이용은 건강보험에 비해 1.48배에 불과하다(발표 초기에는 3.3배나 더 의료이용을 많이 한다고 하였다가 나중에 통계 오류로 수정한 수치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통계수치는 저소득층의 특성인 질병의 중증도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일 뿐이다. 이것을 고려한다면, 실제 정부에서 주장하는 의료남용에 대한 설득력은 더욱 떨어질 뿐이다.
또한 건강생활유지비 6천원을 지급하는 것은 실제 생활고에 찌든 서민들이 생활비로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 건강권에 심각한 위협이 됨은 물론, 상위법인 의료급여법에서도 현금급여 제공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태여서 법리적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편, 플라스틱 카드로 변경하겠다는 것은 과거에 차별적 대우가 문제되어 의료급여증을 건강보험증과 동일하게 만들어 놓고는 이제 다시 다른 형태로 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극히 반인권적, 시대역행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드라마와 정부의 의료급여법 개정 사태를 보면서, 이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있는 차별의 현실과 그 무서움을 생각해 본다. 결국 의료급여법 개정도 가난한 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도덕적 해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집단이라는 정부의 차별적 시각이 오히려 그들의 도덕적 해이를 만들어 낸 것은 아닐까? 그러한 인식의 결론이 이번 의료급여법 개정이라는 정책의 산물을 낳게 한 것은 아닐까?
정부의 이러한 차별적 시각은 정책을 그릇된 방향으로 설계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난한 자들의 의료이용 경제적 장벽을 더욱 높게 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기본적 권리인 건강권을 침해할 뿐이다.


허 윤 범 <경기복지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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