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의 CBS TV의 전설적 앵커로 활동하다 지난 81년 은퇴한 월터 크롱카이트(91)가 “점점 더 많은 영리를 추구하는 미국 미디어들의 압력으로 인해 미국의 건국이념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 것은 우리에게도 거대 미디어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깊이 성찰해 보라는 주문으로 들린다. 그는 지난 8일, 컬럼비아 대학의 저널리즘 스쿨에서 행한 연설에서 “요즘 언론인들은 힘 있는 정치인이나 특수 이해 관계자가 드러내기를 거부하는 진실을 밝히려는 작업에서 더 이상 고용주들이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기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며 이런 말을 했다. 즉 회사가 많은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심층취재나 기획취재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서 “오늘날 정보화 시대를 맞아, 그리고 복잡한 세계에서 양질의 보도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그러나 지금은 언론인들의 일자리뿐만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와 자유마저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미디어들이 정부가 합병에 관한 규제를 완화함에 따라 통합과 폐쇄가 활발해지면서 1도시 1신문사 현상이 심화돼 가는 것을 염려해서 한 말이다. 한 도시에 군림하는 한 개의 신문사는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뉴스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 마련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방송사들도 뉴스를 위한 예산과 방송 시간을 감축한 결과 정치 유세를 정치 연극으로 전락시키는 사운드 바이트문화(Sound bite-상황을 압축 표현하는 단 한 두 마디의 말)만 널리 확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언론은 단군 이래 최대의 언론자유를 누리고 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우리는 언론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언론방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 일부 독자들은 지난 몇 년간 “이렇게 무책임한 보도를 해도 괜찮을까”하는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평화니 개혁이니 하는 말이 싫어서 위험천만한 보도로 지면을 도배한 ‘악질의 신문’을 읽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악질의 보도에 대한 항의는 있어도 탄압은 없다. 이런 언론자유를 만끽하는 자들은 주로 거대 미디어와 그 소유주들이다. 이른바 메이저신문인 ‘조중동’의 사람들이다. 거대 미디어들은 정도의 언론이란 말을 잊은 지 오래이다.
언론 산업은 광고 수입과 구독료가 주 수입원이다. 시사저널 사태는 최대 광고주인 삼성의 입맛을 살리려다 일어난 것이다. 언론은 광고주와 가까워지려면 광고주가 싫어하는 기사는 외면하고, 광고주가 좋아할 내용만 보도하면 선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언론은 경제 권력의 수중에 넘어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광고주와의 유착관계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 또 조선일보는 최근 서울 종로지국장 등 일부 지국장들이 벌이는 회사에 대한 ‘불복종 운동’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논조 때문이 아니라, 회사가 지국장들을 지주가 소작인 다루듯 착취와 학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반항하는 것이다. 양질의 보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일선 판매 조직을 닥달해서 신문 확장만 하면 영향력이 늘고 광고 수입도 늘어난다는 경영방식이다. 동아일보도 유신권력과 싸우던 언론인들을 대량해고하고도 한 세기 동안 사과 한 마디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민족지 운운하고 있다. 거대 미디어들의 횡포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신문을 ‘불량상품’이라고 혹평했다.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라면 양질의 보도가 언론인의 최우선 과제이다. 양질의 보도는 경제 권력 등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고, 이윤 추구를 자제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현재의 권력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깎아내리거나, 진보 개혁 세력의 흠집을 내는 일에만 매달린다면 양질의 보도는 생산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보도 태도는 훗날 역사의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은 차기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가면 언론 관련법을 몽땅 바꿀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BC의 민영화를 포함, 신문의 방송 겸영체제를 재도입하고, 공정한 여론 시장 형성을 위해 어렵게 마련한 마이너 신문 지원제도나 신문 유통원 같은 조직도 폐시키겠다는 것이다. MBC의 민영화란 이 방송의 경영권을 민간 최대 주주인 정수장학회로 넘긴다는 뜻이다. 정수장학회는 박정희의 유산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차기 정권을 담당한 이후 언론시장을 강자 중심으로 재편한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후퇴하게 될 것이 뻔하다. 양질의 보도가 사라지고 악질의 언론만이 판칠 앞날이 정말 걱정이다. 그래서 크롱카이트의 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