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김옥균과 전봉준이 함께 할 수는 없었을까?” “고종에게 망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할까?” “우리는 스스로 해방을 이룩하지 못하였나?” “분단을 피할 수는 없었을까?”
과거 역사를 향해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는 대안 역사교과서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교과서’가 최근 (주)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됐다.
20년간 역사교사로 재직해온 김육훈씨가 지은 이 책은 ‘교과서가 늘 가까운 곳에 두고 싶은 소중한 역사책일 수는 없을까?’란 반성적 물음에서 만들어졌다. 구시대 교육의 문제를 상징하는 딱딱한 역사교과서를 생생한 현장감이 전달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오랫동안 일선 교사들과 사학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왔다. 이와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저자는 교실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읽힐 수 있는 교양서로서의 역사교과서를 세상에 내놨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역사적 사건의 이름이나 발생연도나 달달 외는 역사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생생한 역사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던져질 그 무엇이 아니다. 미래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가 자신이 바라는 미래를 위해 땀 흘리며 만들어가는 것이다. 오늘 우리가 살고있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저 그렇게 주어진듯 보이는 현재도,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흘린 땀과 눈물이 배어있다. 역사공부는 그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기억하고 그들의 걸음걸이에 담긴 의미를 다시 되새겨보는 과정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을 다루는 근현대사는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성취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우리가 걸어온 길과 가지 않은 길을 확인하는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과정이다.
과거야말로 오래된 미래가 아닌가.“
이와 같은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는’는 다른 역사교과서와 차별화된 형식을 취한다.
1860년대부터 1987년까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다른 검인정 교과서나 근현대사를 다루는 책과 시기구분부터 다르다. 기존의 근현대사 교과서는 대개 1910년과 1945년을 나누고, 그 이후를 하나로 묶거나 매 10년, 혹은 정권별로 단위를 나누어 기술하는데 반해 이 책에서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구성을 시기구분점으로 삼고, 현대사에 있어서도 60년대를 기준으로 하여 나눈 것이 특별하다.
이 책은 과거 140여년을 다섯 시기로 나눈다. 1860년에서 1894년까지를 새로운 국가 체제를 모색하고 신분제를 폐지하는 과정으로, 1919년까지를 전제군주제가 지양되고 민주공화정에 합의하는 과정으로, 1945년까지를 일제와 싸우며 민주공화정의 내용을 탐색하는 시기로, 1960년까지를 민주주의의 제도화와 분단이 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는 과정으로, 그 이후를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 과정과 그 특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와같은 시기구분을 통해 근대와 현대를 민주주의라는 일관된 흐름으로 파악하면서 대한민국이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어떤 국가를 지향할 것인가에 대한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 대안 역사교과서는 시종 과거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물은을 통해 당대를 산 사람들의 고민과 육성을 마주한다.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과 논쟁의 흔적을 되살리고, 결과적으로 이루고자했던 사회상이 무엇이었는지를 대면하게 한다. 비록 실현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 취지 만큼은 현재에 다시 살려내자는 뜻이다.
내가 어떤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는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와 필연적으로 중첩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성찰을 통해 삶의 길을 가늠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