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문예진흥기금사업 지원대상을 발표한 데 이어 서울시 문예진흥기금 수혜자, 그리고 무대공연작품 지원사업의 선정작품들도 최근 모두 결정, 공개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올해 지원건수와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동안 선정과정에서 야기됐던 시행착오를 감안, 심사내용이 한층 강화되는 등 불공정 시비를 줄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 사업의 본질적인 문제점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순수문화예술계의 현실상 공공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줄곧 지적되는 문제점과 바람직한 개선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올해 지원 규모와 특징 = 순수문화예술에 대한 각종 지원금은 자생력 없는 이 분야를 정부 차원에서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생겨났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31년째를 맞은 문예진흥기금이며 그외에도 지방자치단체별 문예진흥기금, 그리고 문화관광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해 조성한 무대공연작품 지원사업 등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올해 문예진흥기금의 지원대상 작품 및 사업은 총 1천9건에 약 131억8천만원 규모로 지난해(1천37건, 123억9천만원)에 비해 건수는 줄고 지원금액은 다소 늘어났다. 총 신청건수(2천823건) 대비 지원선정률은 35.7%로 지난해(35.4%)와 비슷한 수준.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무대공연작품 지원비로 40억원을 책정했으나 이중 8억원은 오는 5월 열리는 '하이 서울(Hi, Seoul) 페스티벌' 옥외공연 참가작에 지원하기로 해 이번에 계상된 사업비는 32억원 정도였다. 지원 대상으로는 연극 61건, 무용 33건, 음악 40건, 국악 30건 등 총 164건이 선정됐다.
▲한층 강화된 심사단계 = 서울시의 경우 2001년도 무대공연작품 지원대상 선정 과정에서 특혜 시비로 곤욕을 치른 이후 2002년부터는 심사과정을 기존의 3단계에서 4단계로 높여 엄격하게 실시하고 있다.
심의에 임하는 위원들의 자세도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특히 올해부터는 심의위원 자격기준도 세부적으로 명시해 분야별로 7명의 전문가를 위촉했다.
문예진흥기금은 주요 문화예술단체들이 추천한 인사와 해당분야 전문가 1천여명으로 구성된 '인력 풀'을 운영하면서 그 중에서 매년 심의에 참여할 위원들을 선발한다. 단, 이 과정에서 한 위원이 3년 연속 심의하지는 못하게 하고 있다. 오랜 기간 심의를 하면서 불필요한 유착관계가 생겨 공정성을 해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지원이 이뤄진 후의 사후평가도 한층 강화됐다. 서울시와 문예진흥원 모두 지난해부터 사후평가제도를 도입, 기금이 지원된 작품이 실제 무대화됐을 때 이를 현장에서 직접 평가해 점수를 매긴다. 그 결과 일정 수준 이하의 점수를 받은 작품은 올해 선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본질적인 문제점은 여전 = 가장 자주 지적된 사항은 바로 '소액다건'식의 지원방식. 그동안 공연계에서 숱하게 지적했던 것이지만 올해 역시 사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문예진흥기금의 경우 특정 단체의 사업비 명목으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3억5천만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5억8천만원),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22억원) 등 세 단체에 올해 총 지원금(131억8천만원)의 20% 이상이 들어갔다. 결국 1천여개의 단체나 개인이 나머지 100억원을 쪼개어 나눠 갖게 된 셈인데 이러다보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금액을 받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시 역시 지난해까지는 비교적 '다액소건' 방식을 따라왔는데 올해에는 전형적인 나눠먹기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신청 접수를 하면서 집중지원하겠다고 공언한 서울시가 약속을 어긴 셈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시는 시대로 "민간 전문가들이 심사하는데 우리가 참견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표정이다.
한 공연단체 관계자는 "대관료도 안되는 지원금은 오히려 받는 절차만 복잡할 뿐"이라며 "돈을 받고서 여건이 안돼 공연을 못하면 다음해에는 아예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지원금을 포기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대학로의 한 기획자는 "이런 방식의 지원은 무차별적으로 작품의 양만 늘려 놓고 질은 떨어뜨려 결국 관객의 발길을 영영 돌리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특히 올해의 경우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이 내부 수리로 문을 닫아 가뜩이나 공연장이 모자라는 상황인데 지원 건수만 늘어나 공연단체들이 공연장을 구하느라 비상이 걸린 상황.
심의과정의 공정성 문제도 여전히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심의단계를 아무리 강화한다 하더라도 심의에 참여하는 위원들의 자질이 검증되지 않는 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심의위원들이 대부분 관련 단체의 대표이거나 예술가, 대학교수들인 상황에서 선후배, 제자 등 이해관계에 있는 단체나 작품이 지원금을 타게 되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어느 단체가 지원금을 왜 받게 됐는지를 알고 싶을 경우 심사위원 명단을 한번 훑어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의위원들의 잦은 교체도 논란거리다. 특정 인물이 계속해서 심사에 참여하면서 생길 수 있는 유착관계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함이라지만 그로 인해 심의과정에 일관성이 없고 심의의 노하우도 쌓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국내 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파, 검증되지 않은 평론가 등이 심의위원으로 참여했을 경우 과연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올해 서울시 지원사업 심의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심의의원 중에는 지원단체의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심지어 단체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국내 회계방식이 1년 단위인 탓에 현재 기금.지원금이 모두 1년 단위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 이 1년 안에 공연을 안 올리면 불이익을 입는다.
문예진흥기금과 무대공연 지원금이 모두 연말.연초에 결정돼 주요 극장들의 대관 일정과도 안 맞는 경우가 많고 지원금이 나온 뒤 부랴부랴 제작에 착수하기 때문에 연말로만 공연이 몰린다. 이런 점을 감안해 서울시가 무대지원사업의 경우 "불가피한 경우에는 내년 2월까지만 하면 된다"고 여유를 둔 것은 다소 진일보한 조처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2-3년까지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또 해마다 지원대상을 새로 선정하다 보니 연례 축제나 지속성 사업의 경우 꾸준한 지원을 받기 어려워 낭패를 보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 검증된 지속성 사업들은 일정 기간 지원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이밖에 참신하고 질높은 공연제작을 위해 기획사들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는 데도 불구, 기획사는 상업적인 단체라는 이유로 기획사에는 지원 혜택을 거의 주지 않는 점, 사후평가가 여전히 형식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 등도 심사의 공정성.객관성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