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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상상'

동화를 패러디해 현실비판하기
이창기의 '동화속의 나는 외출중'

"이 세상에 진정 새로운 것이 있을까."
기존의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패러디'가 최근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들의 목소리를 흉내낸 패러디코미디는 전국민적 사랑을 받고 있고, 인기곡을 패러디한 노래들도 최근 자주 등장해 눈길을 끈다. 문학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를 소재로 사회를 풍자하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패러디문학이 인터넷 세대들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

'스무살의 수사학'의 작가 이창기가 최근 내놓은 '동화속의 나는 외출중'(하늘아래 刊)은 이러한 패러디 동화다.
이 책은 그림 형제와 안데르센의 동화, 이솝우화를 원전으로 하는 10개의 에피소드로 꾸며졌다. 백설공주, 겁쟁이 사냥꾼, 벌거벗은 임금님 등 누구나 알만한 단순한 줄거리를 패러디해 오늘의 현실에 맞게 뒤집어 보고 새롭게 해석했다.
10개의 이야기 가운데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을 패러디한 '보이지 않는 옷'은 인간의 탐욕과 아첨에 의해 가려진 거짓된 세상에 대한 일갈이다. 작가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옷에 대한 명상'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옷은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본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미지에 가깝다. 건강해 보이는 것보다 실제로 건강한 것이 더 가치가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실제로 도덕적인 것보다 도덕적으로 보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또 '양들의 침묵'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독립된 세가지 이야기, '이리와 새끼양' '영리한 새끼양' '어리석은 농부'의 유사성에 착안해 이를 하나의 서사구조로 묶어 놓은 일종의 구조의 패러디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리와 새끼양, 그리고 농부의 관계는 마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하다.
모두 10편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책은 무엇보다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작가는 기존의 동화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권선징악이나 선악의 이분법 같은 단순한 구조에서 벗어나 좀 더 심도 있게 세상과 사람을 관찰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외에도 독특하게 기획된 사진들이 책을 읽는 독자의 상상력을 한껏 키워준다.
패션사진과 포트레이트 전문작가인 길용현씨가 여기에 참가해 10가지 에피소드에 따른 작품을 실어 놓았다. 텍스트 위주의 기존의 소설책들과는 달리, 텍스트를 사진 작가의 시각에서 주체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이창기의 '동화속…'은 점차 그 영역이 확대돼 가고 있는 패러디문학의 정도와 수준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정수영 기자 js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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