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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정조대왕, 수원 문화 고유성 업그레이드

사도세자로 인한 정신적 상처 등 드라마적 요소에
민중애환 등 정치·서사적 요소의 짜임새 있는 구성 완성도 높여

 

극단 ‘성’의 창작 뮤지컬 ‘정조대왕’(김성열 작·연출)이 제44회 수원 화성문화제(10.11~14)기간 중 화성(華城) 화서문(華西門) 야외무대에서 공연을 가졌다.

본래 화성은 정조대왕이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에서 수원으로 옮기면서 축조된 것이다. 따라서 수원성에는 당대의 정치 역사적 사건뿐 아니라, 정조 개인의 정신적 갈등과 상처들이 깊게 스며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린 나이에 아비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던, 아들로서의 치유할 수 없는 슬픔과 정신적 고통, 끊이지 않는 정쟁(政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적들과 투쟁하면서 끝까지 정치적 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꼿꼿한 정신이 성벽의 돌 하나하나에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공간을 무대로 선택하여 정조 대왕의 개인적 갈등과 정치적 갈등을 다룸으로써, 그 고통을 현대의 관객과 함께 나누고, 그의 개혁 정신과 이상적인 비전을 현재의 시공간에 되살리고자 한 것이다.

이 작품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적 요소를 결코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 사도세자에 대한 기억과 그로 인한 정신적 상흔, 정순왕후(대비)나 노론 벽파와의 정치적 갈등, 규장각을 통한 인재양성이나 실학 장려와 같은 정치적 활동, 당대 민중들의 애환과 질박한 삶 등 실로 다양한 서사적 모티프들이 긴밀하고도 압축적으로 짜여 있다.

이 극의 탄탄한 서사 구조는 아마도 원작 자체가 애초에 뮤지컬이 아닌 연극 공연을 위해 창작된 작품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극 뮤지컬 ‘정조대왕’은 음악적 측면에서 기존의 현대극 뮤지컬과는 다른 분위기와 톤을 만들어내고자 고심한 흔적을 보여준다. 왕족과 귀족들의 노래는 전통적인 국악이나 장중한 가곡과 유사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반면, 서민들의 노래는 가볍고 발랄한 대중음악과 같은 느낌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짐작컨대, 이것은 작곡의 과정에서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고려한 결과인 듯하다.

결국 전통성과 현대성이 결합된 퓨전 스타일의 음악을 들려준 셈인데, 그것이 극적 상황이나 인물의 내면 심리를 무리 없이 표현해 주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지나치게 설명적인 대사를 시적인 대사로 압축시켜 나간다면 보다 나은 질적 완성도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정조대왕’은 수원을 주된 활동 무대로 삼고 있는 극단 ‘성’(1983년 창단)이 10여 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연극으로, 그 이후로는 뮤지컬로 꾸준히 발전시켜온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에서는 다른 어느 작품보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지역적 고유성과 특수성이 결코 배타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정조대왕’과 ‘화성’이 맺고 있는 드라마틱한 서사를 바탕으로, 궁극적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환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수원적’인 것을 통해 ‘한국적’인 뮤지컬을 창조한 셈이다. /글=연극평론가 백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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