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극복의 모범생' 한국이 외환위기발생 5년여만에 다시 백척간두에 섰다.
실물과 금융부문의 주요 지표들에 일제히 '빨간 불'이 켜지며 경제성장률의 대폭 하향전망이 불가피해지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97년 하반기의 위기징후가 재현되고 있다는 불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 자생력 약화된 실물경기
실물경제의 양대 지표인 산업활동동향과 서비스업 활동동향은 이미 하강곡선을 그린지 오래다.
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월 생산증가율은 작년동월대비 3.6%에 그쳐 지난해 9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제조업 가동률지수도 94.9로 3개월째 하락했다.
경기활성화의 핵심지표인 투자는 더욱 나빠 설비투자추계가 지난해 1월보다 무려 7.7%나 하락하며 17개월만에 최악의 상황이다.
그나마 양호한 증가율을 보이는 수출도 이라크전 위기에 따른 원유가의 고공행진탓에 경상수지가 2개월째 적자를 기록, 빛이 바랬다.
부진했던 수출과 투자를 대신해 경기를 이끌었던 서비스업도 1월 증가율이 18개월만에 가장 낮은 3.7%에 불과, 더 이상 성장의 엔진노릇을 하기에는 힘이 부치는 모습이다.
고유가로 인한 경제의 주름살을 펴보려 원유관세와 수입부담금을 낮추며 적극 대응에 나서지만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동월대비 3.9%나 상승, 물가불안조짐이 나타나고 2월 소비자평가지수가 2년만에 최저치인 73.5에 그치는 등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폴 그룬왈드 국제통화기금(IMF) 서울사무소장은 "한국경제에 97년같은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악의 경우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불안심리에 금융시장도 요동
실물경기 악화와 함께 점차 불안해지는 심리가 곧바로 주식.채권.외환시장에 검은 그림자를 드리운지 오래인데 미국의 이라크침공 가능성과 북한 핵문제의 확대재생산에 설상가상으로 한국판 엔론사태로 불리는 'SK그룹 분식회계사건'까지 터져 금융시장은 연일 출렁이고 있다.
12일 종가기준으로 종합주가지수는 530대까지 추락, 가까스로 500선을 지탱하고 있는 실정이며 불과 3년여전까지 지수 290대까지 치솟았던 '꿈의 시장' 코스닥은 지수 40미만으로 떨어지며 금융시장의 '재앙'으로 돌변했다.
반면 주식시장을 이탈한 자금은 은행과 보험권, 단기투신상품으로만 옮겨가 기업자금의 혈맥인 주식시장은 연일 추락하는데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으며 채권, 특히 국공채만 자금이 몰리는 '안전으로의 도피'현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추락과 북핵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은 외환시장에 전염돼 '달러확보'전쟁으로 원-달러 환율이 연일 출렁이는 가운데 환율은 12일 하루에만 15원 이상 올라 5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1천245원까지 치솟았다.
◆ 총체적 위기, 해법은 뭔가
이러한 총체적 위기 요인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이라크전과 북한 핵문제'를 지적하면서 '외생변수의 충격에는 해법이 없으며 따라서 부작용이 우려되는 단기부양책을 쓸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외관상의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5년여전 경제책임자들의 "펀더멘털론"의 반복에 다름없다는 지적이 높다.
5년여전 우리경제가 침몰하게 된 핵심원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기업과 금융기관 들이 총체적 부실상태를 숨기고 이를 정교한 외과수술을 통해 도려내는 '일시적 아픔'을 견디려는 노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재 위기의 원인중 상당부분도 초기 2년여간 기운차게 전개되다 사실상 되돌려진 경제개혁의 시간표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외환위기의 원인과 진행과정'을 분석하는 국제학술회의에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전임 정부의 '경제치적'에 대해 "외환위기의 원인들에 대한 구조개혁은 내버려 둔 채 부양을 통해 문제를 덮은 미봉책"이라고 혹평하고 외환위기의 재발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한국경제위기를 극복할 구조적 해법은 섣부른 '경기부양론'이나 경제난국을 핑계로 내세운 '개혁유보론'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제시했던 개혁의 청사진대로 기업과 금융,공공과 노동부문의 선진화를 통한 체질개선에서 궁극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