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배우에서 감독으로 행동 반경을 넓힌 로버트 레드퍼드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 정의에 관심을 두고 인간애의 회복에 전력을 다하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직접적인 두 편의 전쟁 영화로 비열한 정치인과 우매한 대중을 꼬집었다면 로버트 레드퍼드 감독은 전쟁의 이면을 전쟁신보다는 직접적인 발언을 통해 정면으로 비판한다. 영화는 잘 짜여진 ‘토론 영화’다.
이 토론은 부시 대통령과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 최고 권력층을 사진으로 등장시켜 현재 진행형의 일임을 분명히 한다.토론은 크게 두 축으로 이뤄진다.
워싱턴 DC에서 차세대 유망 정치인인 젊은 상원의원 어빙(톰 크루즈 분)과 40년 관록의 정치 기자 재닌 로스(메릴 스트립)간에 1시간 동안 이뤄지는 인터뷰가 첫 번째. 같은 시각 캘리포니아 한 대학에서 이상주의자 말리 교수(로버트 레드퍼드)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와 잠재력이 크지만 스스로 포기해버리려는 학생 토드를 불러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전쟁터로 간 두 명의 제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빙은 6년 전 자신을 ‘공화당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젊은 정치인’으로 지목해 큰 도움을 줬던 방송사 기자 재닌을 불러 단독으로 특종을 주겠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부시 정권에서 대통령의 가장 큰 신임을 받고 있는 어빙은 아프가니스탄의 요로에 전진 포인트를 만들어 흩어져 있는 적군을 물리치는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한다.
재닌을 부른 시간 아프간에서는 이미 그 전쟁이 시작됐다. 재닌은 ‘전진 기지’가 아닌 ‘전진 포인트’란 소수의 목숨을 담보로 함정을 파겠다는 것을 지적하며 단숨에 정권이 실패한 이라크 전쟁에 대한 관심을 새로운 전쟁으로 바꾸려는 전략임을 알아차리고 어빙을 몰아세운다.
그러나 어빙은 “헛되지 않은 죽음은 없다”라는 지극히 어리석지만 전쟁이 생긴 이래 위정자들의 변명이 돼버린 문구로 짐짓 애국심으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해야 한다고 역설한다.어빙이 재닌을 상대로 새 전쟁의 합리화를 꾀하고 있는 동안 아프간 현지에서는 두 명의 젊은 군인이 고립된 채 적에게 포위된다.
이 두 군인은 말리 교수의 제자. 흑인이고 아랍계인 두 명의 제자는 빈민층 출신으로 국가로부터 어떠한 혜택도 받지 못했지만 미국인으로서 떳떳한 행동을 하기 위해 자원했던 것. 말리 교수는 사지로 보낸 두 명의 제자를 예를 들며 “행동한 후 그만두는 것이나 처음부터 안 하는 게 결과적으로 무엇이 다르냐”고 묻는 토드에게 “해봤다는 게 다르다”며 현실 참여에 눈을 뜨길 바란다.
러닝타임 90분. 짧지만 꽉 찬 시간이 될 만큼 시대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궤변이 들어 있다.
토론이 벌어지는 곳이 사무실이라는 제한된 공간인 탓에 배우들은 기실 큰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 그러나 톰 크루즈, 메릴 스트립, 로버트 레드퍼드 등 쟁쟁한 세 배우는 뛰어난 대사 전달력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분출해낸다. 물론 대사가 주된 영화의 한계는 있다.로버트 레드퍼드가 공공연한 민주당 지지자인 까닭에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부시 정권의 심기는 한껏 불편해질 것.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온갖 ‘꼴사나운’ 행태를 지켜봐야 하는 우리 관객도 느끼는 게 많을 영화다.
대통령이 목표이면서 “대선 출마는 안 합니다”라고 말하는 어빙을 보며 한국 관객 역시 숱한 정치인을 떠올리게 된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정치인의 복귀를 수없이 봐왔고, 곧 또 봐야 할지도 모르는 판에 대선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전도양양한 정치인의 말은 코웃음이 난다.
또한 “뻔히 보이는 진실을 외면할 수 없다. 역사의 심판 앞에서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이냐“라며 뒤늦게 양심적 행동을 하려는 재닌의 선택 역시 비참하지만 그게 현실에 가깝다. 영화 속에서 보이는 정치인, 언론인, 지식인의 행태는 절망스럽다. 한 사회의 리더인 그들의 잔혹한 이기주의가 세상을 어떻게 혼란과 무지에 빠뜨리는지 처절하리만큼 진실에 가깝게 그린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 변화하는 눈빛을 보이는 토드에게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건다.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