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 공포로 현대의 대북 사업이 다시 어려움을 맞게 됐다.
정몽헌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대해 장기간 수사가 이뤄지면 당장 대북 창구가 막히는데다, 현대상선 등 계열사에 대한 집중적인 계좌 추적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또한 특검 수사 과정에서 추가 송금 , '배달 사고' 등 민감한 사안이 드러날 경우 논란은 더욱 증폭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일 평양을 방문한 정 회장은 이런 정황을 고려한 듯 당초 일정보다 하루 빠른 14일 서둘러 귀환했다.
◇대북 사업 차질 불가피 = 현대는 특검 수사가 북한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만큼 대북사업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일각에서 제기된 정상회담 대가설이나 북한 고위층의 웃돈 수수설 등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들이 수사 과정에서 다시 불거질 경우 어렵게 열린 금강산 육로 관광이 다시 막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현대측은 '민족 사업'으로 추진해왔던 대북 사업이 도덕적 명분을 잃고 '뒷거래를 통해 얻은 사업'으로 추락하는 사태를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현대는 서해교전이나 자금 압박 등 안팎에서 대북 사업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민족 통일 사업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자칫 이런 명분마저 잃을 경우 장기적으로 정부 지원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대북 사업에서 현대가 배제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
◇현대 경영 구도 변할까 = 특검 수사 결과 정 회장 등 현대 핵심 관련 인물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뤄질 경우 현대의 경영 구도도 크게 변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작년 3월 현대상선 비상임이사 선임을 계기로 여러 차례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대북 지원 파문이 불거나오기 전까지 재계에서는 정 회장 측근 인사들의 주요 계열사 배치 등을 놓고 볼때 그의 경영 복귀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현대상선 등 주요 계열사의 자금 흐름에 대한 강도높은 수사가 이뤄지면 정 회장이 일정부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운만큼 사실상 경영 복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자금 전달 창구 역할을 했던 현대상선이 분식회계 등 편법을 썼던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경영진의 도덕성을 추궁하는 여론의 비난도 부담이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대북 사업에서도 완전히 손을 떼고 계열사도 독립 경영체제에 들어가는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자금 문제 등으로 한계를 드러낸 현대를 대신해 대북사업에서 공기업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 관계자는 "우려하던게 현실이 됐다"며 "워낙 파급력이 큰 사안이라 어디까지 불똥이 튈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대북송금 문제에 대한 특검제를 전격적으로 공포함에 따라 북한은 이에 대해 강력한 반발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 조국통화통일위원회는 지난 4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특검제 도입의 강행은 현 남북관계를 대결로 돌아가게 만들고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동결상태에로 몰아넣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었다.
또 현대 대북경협의 파트너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9일 상보를 통해 한나라당의 밀사파견설까지 흘리면서 대북송금문제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이 통과시킨 특검법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킨데 대해 불만을 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본격적인 특검활동에 들어갈 경우, 송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 경우 북한의 최고지도자에게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도덕성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01년 미국의 대테러전 개시로 남한에서도 비상경계조치가 내려지자 이를 이유로 5개월여 남북관계를 정체상태로 만들기도 했던 만큼 이번에도 그에 버금가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핵문제로 국제적 고립에 빠진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마저 단절하기 어렵다는 북한내부의 현실적 요구에 따라 북한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일단 특검제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그에 따른 대응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가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순서의 문제이지, 결국 특검을 하되 제한적으로 하자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에 특검법안을 공포키로 결정했다"고 밝힌만큼 후속내용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수사결과의 방향과 공개 정도 등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대응책들을 내놓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특검이 한나라당의 강공 드라이브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 밀사의 구체적인 방북시기, 논의내용 등을 적절한 시기에 조금씩 공개해 한나라당 압박전술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어차피 한번은 겪고 가야할 문제인 만큼 대북송금문제에 대한 특검을 마냥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특검팀에 남북관계 전문가를 포함시켜 조사내용의 공개범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