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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통일장승 파동’ 이대론 안된다

안산시 장승 ‘자주통일’ 문구안보세력 “이적 용공…철거”
지역의원 무관심 안타까워 역사발전위한 정도실현 절실

 

요즘 안산시에서는 문화원 앞뜰에 설치된 장승 한 쌍을 놓고 이 지역 통일운동가들과 재향군인회 등 안보세력간의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장승 하나에 쓰인 ‘자주통일(自主統一)’이라는 말이 시비의 발단이다. 안보세력은 ‘자주통일’은 ‘용공 이적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대선 정국에서 반공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켜보려는 숨은 의도가 있는 것 같다. 21세기 들어서까지 반공 이념에 집착한 사람들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이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안산본부는 노무현·김정일간의 남북정상 선언이 발표된 것을 축하하고 그 정신을 계승·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통일 장승을 제작했다. 장승 이름이 하나는 ‘자주통일 대장군’, 다른 하나는 ‘민족단결 여장군’이다. 안산시 문화원의 동의를 받아 문화원 앞뜰에 세운 것은 지난달 21일이었다. 6·15 안산본부와 안산 안보단체간에 공문이 오가고 성명이 발표되는 등 ‘자주 논쟁’을 일으키더니 마침내는 안보단체가 몇차례 강제철거를 시도했다. 그러자 통일운동단체는 ‘장승 지키기 시민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공방전은 이미 한 달을 끌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어렵게 된 원인은 안산시청과 문화원이 당초의 태도를 바꾼 데도 있다.

안보세력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반공세력이다. 그 뿌리는 미국이다. 6·25 내전에 참전한 미국은 정전 이후 남한을 동북아의 교두보로 가꾸기 시작한다. 반공기지의 건설에는 반공사상의 정착이 절대로 필요했다. 반공사상의 유지에 필요한 최강의 무기는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이승만 정권은 이를 흔쾌히 이행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군사독재 시대가 종언을 고하기까지 남한은 반공법 즉 국가보안법 시대였다. 지금 ‘이적 용공’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시대의 수혜계층이다. 이들은 또한 자유당-공화당-민정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수구 정당의 당원이거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반공을 국시라고 우긴다.

반공세력의 기피용어인 ‘자주’를 최초로 역사문서에 도입한 인물은 유감스럽게도 군사독재의 원조 박정희이다. 그는 1972년 김일성과 합의한 ‘7·4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자주라는 표현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 이후 남북간에는 통일 문제에 관한 한 반드시 자주정신을 강조하곤 한다. 여기서 ‘자주통일’은 “외세의존과 외세의 간섭 및 개입을 배제한다는 뜻 뿐만 아니라 나라의 통일 그 자체가 민족적 자주성의 실현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한호석 통일학 연구소장)” 이제 자주통일은 한반도의 불가역적인 통일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반공세력은 지난 10년 동안 정권 재탈환을 위해 와신상담해 왔다. 반면에 집권세력은 시대정신인 평화와 통일의 숭고한 뜻을 선양하는 데 소홀했다. 인기상품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말이다. 3류 ‘386’들이 경망스런 대통령을 잘 보좌하지 못하고 민심을 잃어버렸다. 개혁세력이 왕따를 당하는 처지이다. 그 사이 반공세력은 재결집했다. 자주를 문제 삼는 일이나 이회창 후보를 위협하는 일이 모두 그들의 소행이다. 이제 그들은 감히 폭력을 앞세운다.

안산은 통일세력이 일찍부터 발달한 지역이다. 도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먼저 ‘6·15 안산본부’를 결성했다. 통일 운동가가 그만큼 많다. 일부 뜻있는 인사들이 지난 2004년부터 평화통일지도자 과정을 개설, 200명 이상을 교육했고 ‘통일마당’ 또한 열성적으로 통일운동을 펴고 있다. 이처럼 통일 운동이 활발한 안산은 4명의 국회의원을 두고 있다. 장경수(대통합민주신당), 임종인(무소속), 천정배(대통합민주신당) 그리고 제종길(대통합민주신당) 의원. 그들은 모두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됐다. 그들은 평화와 개혁의 주창자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누구도 자기 지역구인 안산의 ‘장승 싸움’에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선 정국에서 안보세력이 발호하는 데도 모른 척하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는 사건의 연속이란 말이 있다. 반통일 세력이 사건을 일으키고 있다. 정치권은 무관심 하다. 그런 사이, 통일세력이 도전을 받고 있다. 민간 중심의 통일운동은 그래서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현명하게 응전해야 역사가 발전한다. 안보세력은 대선 정국에서 더 크게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들은 먹잇감을 찾던 중 ‘자주’란 장승을 본 것이다. 그들의 기득권은 소진해 가고 있다. 다시 배를 채우고 싶단 말이다. 안보세력의 위협이 크다고 해서 통일운동을 중단할 수 없다. 역사 발전을 믿고 정도로 나간다면 통일운동은 열매를 맺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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