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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 지방자치 ‘오기와 월권’ 벗어나야

지자체 10여년 개선의지 저조 중앙집권적 취지 부작용 해결
주민소환제 발효배경 재조명 월권·권리 구분 오기 막아야

 

옛날 한나라의 소후(昭候)가 졸고 있었다. 관리 하나가 그 모습을 보고 소후가 추울 것을 염려해 의복을 걸쳐줬다. 소후가 눈을 뜨고 보니 자기 몸에 의복이 걸쳐있는지라 기쁘게 생각해 누가 옷을 걸쳐줬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옷을 걸쳐준 관리가 나서며 “예, 제가 그랬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난 소후는 당장 의복담당관을 부르더니 옷을 걸쳐준 관리와 의복 담당관 모두를 처벌하는 것이었다. 의복담당관을 처벌한 것은 그가 직무를 태만히 한 결과였고 옷을 걸쳐준 관리를 벌한 것은 자기의 직무도 아닌데 월권을 한 때문이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조직사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월권이 알게 모르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선의에 의해서든 불가피한 사정 때문이든 자기의 맡은 바 직분을 넘어서는 월권이 행해진다. 월권은 의식적인 저의가 작용하면 불특정을 비롯한 상대에 대한 무시가 되고 무의식적으로 행한다 하더라도 은근한 자기 현시욕을 나타내는 격이 된다.

1995년 민선자치 1기가 출범함으로써 지방자치화 10년을 넘어섰다.

지방자치가 실시됐다고 하나 우리는 너무나 오랜 시간을 관치행정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민선자치의 의미를 그저 중앙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으로만 인식할 뿐 적극적인 참여나 개선의 의지가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지방자치 도입의 본래적 취지와는 달리 현실 제도의 명암을 비교하면 아직은 어두운 부분이 훨씬 많이 노출되고 있다.

 

무한히 발달되는 통신인프라와 좁은 국토 및 적은 인구수를 차치하더라도 지역적 재정 자립도의 편차로 인해 지역 불균형적 발전과 지역간의 이기적인 현실은 과연 지방자치제도가 필요한가라는 회의마저 들게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다시 중앙집권의 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부작용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5·31 지방선거 이후 하남시에서 전국 최초로 주민소환투표 청구 대상이 이뤄졌다. 지난 8월 법원의 무효판결로 복권된듯 싶었으나 재차 발의된 주민소환투표 청구가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시장을 비롯한 선출직 4명에 대한 주민소환투표는 주민소환제 시행 이래 전국에서 처음으로 다음달 12일 실시된다.

투표결과에 따라 시장을 비롯한 선출직 인사들의 직무 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되게 됐다. 주민소환제에 이르게 된 배경은 광역 화장장 유치계획을 발표한 이후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첨예한 갈등을 겪었으며 주민들은 지난 5월 주민소환법이 발효된 후 주민소환 추진위를 구성해 시장과 시의원들에 대한 소환운동을 벌여왔다.

 

지금 주민소환제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해 양측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양비론적 입장에서 양자가 서로 문제가 있다고 싸잡아 비판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렇게 이르게 된 배경에 대해 양자간의 월권과 오기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월권과 정당한 권리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 선출된 지방의 수장으로서 어떠한 사업추진 및 계획을 수립하는데 있어서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이 집행하는 권리가 월권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권리는 합리적인 명분을 수반하는 것으로서 누구에게나 인정을 받을 수 있지만 월권은 자칫 자신이 가진 힘의 논리로 인한 오기와 현시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주민소환제를 이끌어낸 사람들과 소환의 대상이 된 사람 양자간에 균등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선택한 좋은 취지의 법안도 결국엔 자신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소환제가 됐고 자신들이 선택한 사람에 의해 입안된 정책이 힘겨루기의 소모적 정쟁으로 비춰져 법의 잣대를 들이 대고 있다. 악법도 법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번에 처음으로 시행되는 주민소환제는 그 결과에 따라 전국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누가 이기고 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화의 또 다른 계기와 전환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지방자치제도는 그 효과보다 어두운 그림자가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

이제 문제점들을 하나씩 개선해야할 시기가 됐다. 지방자치제도를 이대로 두고는 더이상 나라의 미래비전을 만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속히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진정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

우스개 말로 가장 무서운 법이 ‘떼법’이라고 자신의 이해와 맞지 않으면 그저 떼만 쓰면 된다는 표현이다. 그리고 그 떼법을 양상하는 근원이 월권과 오기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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