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에서 편하게 기수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한국에 왔다. 이곳에서 진정한 실력을 인정받기 위한 일념 외 다른 생각은 일체 않기로 했다.”
서울경마공원 최초의 외국인 기수인 일본인 이쿠야스 쿠라카네(32).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싶다는 소망대로 그는 외국인 기수로선 1호 대상경주 우승자가 되었다.
국내 입국 후 빠른 적응력과 성실함으로 박태종과 출주횟수 3~4위를 다툴 정도의 확고한 입지를 다진 것도 괄목할 성과다.
경마팬들이 이쿠야스를 줄여 이쿠라 불리는 그의 서울경마공원 입성은 올해 6월.
입국 당시 일본 고치경마장 10위권 내 톱 기수였다.
그런 그가 도전정신 하나 달랑 들고 대한해협을 건너 한국에 와 성공적인 기수생활을 하고 있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말이 안 통한다는 것 빼곤 음식도 입에 맞고 주변 사람들 모두 잘 해주니 만사 걱정이 없다”고 딱 자른다.
7월부터 출전해 지금까지 222전에 20번 우승, 2착 15번, 3착 19번으로 성적도 양호한 편이다.
경마팬에게 강렬한 이미지를 심은 건 지난 11월18일 9경주에서 말과 함께 경주로에 넘어지는 대형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경주인 농협중앙회장배 대상경주에 출전,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고 부터다.
그는 당시를 회고하면서 “낙마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나 떨어지면서 말이 나를 향해 넘어지지 않기를 기도했다. 다소간 부상이 있었으나 나를 믿어주는 조교사와 경마팬들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때 사고로 한국 경주로에 대한 불안감은 없을까.
“처음엔 모래 깊이가 높지 않아 고전했지만 지금은 모래 보충이 충분히 돼 불편이 없다”면서도 “비가 많이 오면 배수가 좀 안된다는 것을 빼면 100% 만족”이라고 답변했다.
경주로의 빠른 적응과 함께 한국음식도 친해졌다.
삼겹살, 갈비탕, 김치찌개, 삼계탕 등 닥치는 대로 먹으나 소주는 별로라고 고개를 젓는다.
아직 미혼인 이쿠는 “한국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결혼할 수 있고 한국에 영주하고 싶다”며 “좋은 여자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도전의 나라 한국에서 영원히 기수생활을 하고 싶다는 그에게 목표를 묻자 “그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질주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