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객이 보는 지휘자는 항상 뒷모습에 팔을 휘젓는 것이 연상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휘자에 대한 막연한 신비감을 갖고 있기도 하다. ‘지휘자는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라든가 ‘악보를 다 외우고 지휘를 한다’ ‘연주 도중에 누가, 어느 악기가 실수를 했는지 알아들을 수 있다’ 등등을 지휘자는 다 할 수 있다고들 알고 있을 것이다. 관객이 갖는 의문중 지휘자는 오케스트라 악기를 모두 다룰 줄 알 것이라는 환상도 있겠지만, 대부분 악기를 한 가지에서 서너가지는 다루는 게 보편적이다. 최소한 피아노는 칠 줄 알아야 지휘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정명훈 지휘자도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이고, 이탈리아에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도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첼리스트였으며 눈이 나빠 악보를 외우다 보니 악보해석이 남다르게 되고 지휘할 때는 보면서 할 때보다 외워서 지휘할 때가 많았다.
물론 악기를 하나도 못하는 지휘자도 있겠지만 극히 드문 경우이고 지휘를 하기 위해서는 각 악기의 특성을 공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지휘자의 의무이며 지휘를 하는데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휘자용 악보를 스코어(Score) 또는 풀스코어(Full Score) 즉 ‘총보’라고 한다. 여기에는 목관, 금관, 현악, 타악기 등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들의 연주내용이 한 눈에 보도록 수록돼 있다. 바로크음악의 악보에는 대개 10종류 악기의 연주내용이 그려져 있지만 낭만파 이후의 음악에는 한 페이지에 20여가지 악기의 악보가 들어 있다.
지휘자는 이런 스코어를 한눈에 보면서 연주자들의 연주상태를 검색해야 하기에 그야말로 탁월한 능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요즘 지휘자들은 악보를 보지 않고 40여분이나 되는 교향곡 전체를 지휘할 만큼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그렇다고 암보로 지휘하는 것이 반드시 최고라고 말할 수는 없다.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을 비롯한 몇몇 세계적인 지휘자들은 주로 악보를 보면서 지휘한다. 악보를 안볼 경우 강박관념 때문에 오히려 나쁜 연주가 나온다는 것이다.
십여년 전 재미 지휘자 ‘곽승’씨가 예술의전당에서 KBS교향악단과 연주할 때였다.
그는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선 다음 한참 서 있다가 갑자기 퇴장했다. 관객들이 궁금해 하고 있을 즈음 그는 한 손에 악보를 한 뭉치 들고 등장해 객석을 향해 높이 흔들어 보였다. 관객들은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연주가 끝난 다음 필자가 어찌된 사정을 물었을 때 처음엔 악보없이 지휘하려고 했으나 더 좋은 연주를 위해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다. 창작곡에서 같은 멜로디가 반복될 때 작곡자는 으레 ‘몇 페이지와 같음’이란 표시를 해놓는데 지휘자 L씨는 연주 도중 그페이지를 찾다가 음악을 놓쳐 버려 지휘봉만 뱅뱅 돌렸던 일화가 있다. 지휘자가 없는 실내악 연주에서도 여지없이 에피소드는 있다.
실내악 연주에서 단원들은 각자 솔로이스트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때 보다 더욱 긴장하게 된다. 또 앙상블을 만들기 위해 각 파트가 오랜 시간을 연습하기에 오히려 독주보다 더욱 힘들다고 연주자들은 애로사항을 털어 놓는다
실내악 연주 중에는 숱한 해프닝이 발생하는데 특히 지방공연때 연주자들은 난감한 경우를 많이 만난다. 피아니스트 박은희씨가 리더로 있는 한국페스티벌앙상블이 몇 년전 지방 공단의 한 공장직원들의 위문공연을 위해 공장에 도착해보니 연주에 가장 중요한 피아노가 없었다. 하기야 공장에 피아노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나 박씨는 이런 경우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크게 당황했다. 그는 묘안을 짜내 근처 가라오케를 수소문해 가라오케용 올겐을 빌렸고 그 올겐으로 그날 연주를 치르는 진풍경을 연주했다.
마스터즈현악사중주단이 창원에서 공연할 때였다. 리허설 중 첼로주자 김주심씨가 갑자기 ‘으악’ 소리를 질러 사연을 물어본 즉 악보를 집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다른 연주자들도 연습하기는 불가능했다.
서울에 긴급SOS를 쳐서 악보를 축소 복사한 팩시밀리로 받아 연주회를 마쳤다. 팩시밀리가 없는 시대였다면 그날 연주는 못했을 지도 모르겠다.
지휘자가 좋은 연주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각 연주자 또한 불협화음돼지 않게 연습하고 노력한다. 그런 연주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이 우리 관객의 의무인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