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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방화수류정을 찾아서

가을이 오는 구나 싶더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후텁지근한 날씨엔 시원한 정자에서 여유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수원이 자랑하는 화성 안에 만들어진 유일한 정자인 방화수류정을 찾았다.

방화수류정에 가려면 화홍문을 찾으면 된다. 화홍문 옆에 위치한 방화수류정은 정자와 그 아래 위치한 연못, 연못 한 가운데 섬으로 존재하는 작은 정원, 그리고 주위의 버드나무들이 어우러진 한 폭의 그림 같은 곳이다.
“꽃을 찾고 버들을 쫓는 정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방화수류정은 조선 정조 18년(1794년) 화성축성과 더불어 세워진 정교하고 아름다운 팔각의 정자이다.
‘화성성역의궤’에서는 방화수류정과 그 아래 연못 위에 솟아오른 바위는 광교산의 일맥이 용머리가 돼 솟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을 ‘용두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군사적 목적으로 지휘소와 망루로서의 역할을 해 ‘동북각루’라고도 불려졌다.
방화수류정은 그 아래에 있는 용지 혹은 용연이라 불리는 연못과 주위의 버드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낸다. 봄에는 꽃이 피고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버들과 함께 말 그대로 ‘방화수류정’이 된다.
조선 정조는 방화수류정의 절경을 이렇게 노래했다.

봄날의 성을 두루 돌아도 해는 아직 기울지 아니하고
방화정의 풍치는 날이 갈수록 맑고 아름답구나.
성상께서 머물러 궁무를 익히시니
만 그루 버들의 그림자 속에 꽂혀 있는 화살은 꽃과도 같구나.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에 찾은 용연 주변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젊은 연인들은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머리를 맞대고 얘기를 나누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 여럿은 자리를 펴들고 앉아 흥겨운 놀이 마당을 펼치고 있었다. 연못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예닐곱 살의 아이들은 한 손에는 잠자리채를 또 한 손에는 체집통을 들고서 “잠자리 잡으려고요”하고는 저 멀리 뛰어간다.
용연을 따라 거닐다보면 북암문을 볼 수 있다. 암문은 성곽의 중요지점에 축조한 성의 비밀통로로 성곽이 굴곡된 부분이나 후미진 곳,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은 곳 등에 설치했다. 적에게 보이지 않게 은밀하게 양식이나 무기, 물자 등을 반입하거나 사람들이 내왕했다는 암문을 통해 성안으로 들어가면서 비밀 병사가 된 기분이 들었다.
암문을 통과하자마자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면 방화수류정이 있다. 정자에서 홀로 앉아 있던 한 어르신은 정자에서 내려다보이는 수원시내를 한참동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머니에 대한 효심으로 정조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 맞춰 지었다는 정자에서 자신의 쓸쓸한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방화수류정은 1794년 9월4일부터 10월19일까지 한달 보름만에 준공됐다고 한다. 화성도 34개월만에 지어졌다고 하니 당시의 건축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방화수류정에 앉으면 팔달산과 산 정상의 서장대, 장안문과 각건대, 동장대, 그리고 광교산과 숙지산, 북쪽으로 관악산, 남쪽으로는 독성산이 한눈에 보인다. 군사지휘소인 동북각루의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위치적 조건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군사적 시설과 휴식 시설이 조화를 이뤘던 방화수류정. 한국 정자를 대표할 만큼 아름다운 방화수류정에서 가을을 맞이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이혜진기자 lhj@kgs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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