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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대통령 결선 투표제 도입 고민할 때

현행 다수 대표제 투표방식 정치 통치력 약화 현상 우려
후보간 선거연합 거론 다수 난립현상 방지위한 제도 필요

 

이번 대선에서도 유효투표의 과반수를 넘는 당선자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유력 후보별 지지도가 그렇다. 그러나 선거법에서는 단순 최다 득표자를 승자로 인정한다. 이번 대선은 특히 유례없이 많은 후보가 출마하고 있다. 그만큼 표는 분산된다. 유효투표의 과반수 이하인 낮은 득표율은 집권 초기부터 통치력의 약화 현상을 수반할 우려가 높다. 우리도 이제는 결선 투표제를 깊이 고민할 때가 왔다고 본다.

우리는 곧 87체제에서의 5번째 직선제 대통령을 뽑는다. 이번 대선후보 등록자는 무려 12명(1명은 도중하차). 후보가 많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후보가 많을수록 표는 그만큼 분산되고 여기서 선출될 대통령의 대표성 또한 손상을 입게 된다. 그래서 일부 학자나 정당에서는 차기 대선부터 결선 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거대 정당들은 선거법 개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대신, 선거연합 또는 후보 단일화에만 집착해 왔다. 지난 15대 대선 때 김대중 후보가 충청권 맹주였던 김종필씨와 손을 잡은 것이 바로 선거연합이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자 김종필씨는 자민련 대표 자격으로 정부 구성에 참여, 국무총리를 맡았다. 정치노선은 서로 다르지만 영남권 견제를 위해서 ‘오·월이 같은 배’를 탄 것이었다. 김대중 후보는 선거에는 이겼지만 국정 수행에서는 파행이 많았는데 이는 ‘유신본당’을 자처하는 김종필씨와의 정략적 제휴 때문이었다.

16대 대선 때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해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러나 정몽준씨는 투표일 전날 밤 전격적으로 노무현 지지를 철회했다. 그래도 노무현 후보는 승리했고, 단독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정몽준씨는 당시의 상황과 관련, “노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고 했더니 많은 분들이 걱정했다. 성장 배경과 생각이 다른 두 사람이 한 솥밥 식구가 될 수 있겠느냐.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겠느냐”고 걱정하기에 “욕을 먹더라도 지금 먹자”며 지지를 철회했다고 최근 회고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먼저 단일화를 이룬 경우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다. 충청도 출신인 이회창씨가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을 무렵, 심 후보는 충청권의 지지를 노리고 국민중심당을 창당, 출마했다. 그러나 그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미미했다. 반면 이회창씨는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는데도 지지율이 한때 이명박 후보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한나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던 심 후보는 재빨리 이 후보를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에는 어떤 객관적 검증 절차도 없었다.

범여권에 속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단일화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지층이 일부 겹친다는 이유로 민주개혁파는 이들의 단일화를 여전히 바라고 있다. 그러나 정 후보와 문 후보와의 단일화는 연목구어처럼 어려워 보인다.

문 후보는 미국에 뿌리를 둔 다국적 기업 ‘킴벌리 클라크’ 동아시아 총괄 사장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를 ‘미국과 너무 멀어졌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민주화세력을 폄훼하기도 한다. 그가 진짜 민주화세력인지 의심스럽다. 그가 왜 이번 대선에 불쑥 나선 것일까? 다국적 기업에서 극동지역 책임자라면 미국의 이익을 대표할 자격을 갖춘 셈이다. 미국은 친미정부를 원한다. 문 후보라면 노무현 계승자인 정 후보의 지지표를 일부 잠식할 수 있다. 그가 출마한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면 그에 대한 단일화 압력은 헛일이다.

문 후보가 최근 정 후보에 대해 단일화 협상을 제의한 적이 있다. 협상 조건은 ‘오는 16일까지의 시한 엄수’와 ‘총 6회의 TV토론’ 진행이었다. 두 가지 모두 성사가 어려운 일이었다. ‘16일 시한’은 너무 늦은 것이고, ‘TV토론’은 중앙선관위가 허용할 수 없는 사안이다. 이 제안이 무너지자 문 후보는 다시 정 후보에게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책임지고 물러나라고 공격한다. 가당치 않은 정치공세라는 느낌이다.

대선 막판까지 이렇게 후보간의 합종연횡이나 선거연합이 거론되는 것은 ‘단순 다수 대표제’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선거법 때문이다. 헌법 67조 5항에 따르면 선거방식은 개헌 없이도 변경이 가능하다.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선 투표제의 도입 여부를 국회에 맡긴 것이다. 차기 국회가 합의하면 채택 가능한 제도이다. 지금 같은 후보 난립현상을 막고, 과반수 이상 득표하는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바란다면 국민들도 이제부터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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