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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기름바다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릿호와 삼성중공업의 대형 해양 크레인이 지난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충돌해 서해안 일대가 기름바다로 변하고 있다. 1955년에 발생한 씨프린스호의 기름 유출사건의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이번 사건은 당시보다 2배 이상 많은 1만810kl의 기름을 바다로 쏟아 부어 서해를 기름바다를 만들고, 해안의 뭍을 50km나 검은 기름으로 범벅 해놓고 있다. 생태계에서 검은 색은 죽음을 상징한다. 기름바다는 죽음의 바다를 뜻한다.

진초록색 짠물로 넘실대는 바다는 물고기와 해초와 바다 생명체의 보고다.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수증기는 구름을 이루고 구름이 비를 내려 만물을 양육한다. 바다를 죽여 놓은 인간이나 회사는 인류의 공적(公敵)이다. 검은 바다는 죽음의 신호만 보내고 있다. 민과 관은 바다를 더 이상 죽이지 않게 응급 차원의 방재를 하고 정부는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며, 민과 관은 죽어버린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30년 이상 각고를 거듭해야 한다.

사막이나 바다에서 뽑아 올리는 원유는 검으며 독한 냄새를 풍긴다. 원유는 인간을 죽음으로 이끌 수 있는 공해물질이지만 그것을 가공해서 쓸 때 인류의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가 된다. 생명을 상징하는 푸른 바다가 죽음을 상징하는 검은 바다로 변해버린 현실은 삶과 죽음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활의 기반을 잃어버려 분노를 터뜨리는 어민들, 바다 위를 유유히 날다가 먹이를 찾아 내려앉았지만 시꺼먼 기름만 뒤집어쓴 채 허공을 바라보는 물새가 안쓰럽다.

삼성그룹의 힘찬 가동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기름을 확보하는 이건희 회장과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 동의안에 찬성하면서 그 이유로 “미래에 다가올 자원경쟁에서 이라크를 가까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제하고 “모르긴 해도 자이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데가 아마 기름밭 위에 앉아 있을 것”이란 점을 거론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기름을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그들이 기름바다를 답사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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