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날아온 영화 ‘파리에서’는 사랑과 가족의 의미를 거창하지 않게 설명하는 드라마다.
경쾌함과 감동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할리우드 가족영화와는 다른 유럽영화 특유의 쌉싸래한 맛이 남아 있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은 즉흥적 연출과 과감한 전개로 ‘누벨바그의 후예’란 별칭을 가지고 있지만 스스로를 ‘누벨바그의 자손이 아니라 그 시대의 손자뻘’이라고 칭한다.
미국 연예전문지인 할리우드리포터는 이 영화를 “급전하는 장면과 카메라를 향한 직접적 연설은 장 뤼크 고다르식, 끊임없는 일장연설로는 자크 리베트식, 삶과 죽음 사이의 복잡함을 로맨틱하게 그리는 점으로는 프랑수아 트뤼포식”이라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UCLA 영화학교 과정을 수료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에서 누벨바그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내용과 형식을 화면에 쓸어담는 오노레 감독의 손길은 누벨바그 거장들의 것에 비해 가볍고 덜 다듬어져 있다.
주인공이 카메라 앞에 서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거나 형이 수화기 너머로 연인과 “이쯤에서 헤어지자”는 노래를 주고받는 부분에서는 연출 의도가 충분히 파악되기는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 어색한 느낌을 준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연인 폴(로맹 뒤리스)과 안나(조아나 프레이스)는 계속되는 오해, 질투, 다툼으로 분노와 피로가 쌓이고 결국 이별하게 된다. 폴은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베란다 너머 에펠탑이 보이는 아버지(기 마르샹)의 집으로 들어간다.
이혼한 아버지는 철없는 대학생인 동생 조너선(루이 가렐)과 함께 살고 있다. 우울증이 있는 폴이 사랑에 대해 한없이 진지하다면 동생 조너선은 형과 달리 하루에도 몇 번씩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둥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어릴 때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여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있다.
언뜻 보면 영화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형과 동생의 각각 다른 사랑 방정식을 보여주는 듯하지만 실은 마음이 병들었다는 점에서 서로 닮은 형제의 생존전략과 부자간의 끈끈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가정에는 여자가 없다. 가끔 등장해 존재감을 알리는 이혼한 어머니나 폴의 헤어진 연인 안나는 이 집 남자들보다 훨씬 성숙한 인물들이지만 언제나 집 밖을 향해 있다.
그 대신 어수룩한 남자들은 서로 의지하며 나름대로 삶을 꾸려나간다. 아버지는 작은 아들에게 “네 형 좀 챙기라”는 힘없는 잔소리를 늘어놓고, 동생은 형의 바보 같은 행동을 대놓고 빈정거리지만 결국 그 행동을 의도적으로 따라하는 방식으로 형을 이해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소개됐다. 13일 개봉.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