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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희칼럼] 盧의 BBK 재검토 지시배경

유력 후보와의 미래 ‘묵계’ 盧 ‘BBK 의혹’ 정황무시
추정모호한 태도 ‘노명박’ 설득 MB 특검법 대권심판 즉면

 

현재권력인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유력한 미래권력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투표일 사흘을 앞둔 16일 각각 좀 믿기지 않은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통합민주신당이 공개한 이명박 후보의 ‘BBK 설립’홍보용 동영상을 검토한 끝에 법무부장관에게 BBK 재수사를 위한 수사지휘권 행사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명박 후보도 같은 날 심야에 경쟁 정당들이 연합해서 통과시키려하는 ‘이명박 특검법’을 수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두 사람의 결정에는 모두 진정성이 부족한 것 같다. 무언가에 쫓기는 듯하다.

그동안 항간에는 ‘노명박’이라는 말이 좀 널리 퍼져 있었다. ‘노명박’은 노 대통령과 이명박 후보가 은밀하게 앞날을 약속하고 대선 정국을 넘기기 위한 ‘묵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 데서 나온 말이다. 사실 이 말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가 지난 6월 8일 익산 원광대학으로부터 명예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던 날의 일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위 수여장을 보니까 ‘명박(명예박사의 준말)’이라 써놨던데 제가 ‘노명박’이 되는 거냐?”며, “하여튼 이명박씨가 ‘노명박’만큼 잘하면 괜찮다.” 이는 물론 농담이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 날도 어김없이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공격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의 감세론에 속지 말라며 이 후보가 말하는 대로라면 “6조8천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다. 이 돈이면 교육혁신을 할 수 있고 복지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비난했었다.

이 무렵만 해도 노 대통령이 대선 판도를 한나라당 대 반 한나라당의 일 대 일 대결구도가 되기를 바랐고, 이 경우 대선 과정에 어떻게든 개입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보는 것은 별로 틀린 것이 아니었다. 특히 범여권 인사들은 노 대통령을 “참여정부 이후의 정부가 여전히 민주정부가 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노 대통령은 이후에도 선거법 위반 우려를 개의치 않고 정권교체 세력을 비판했다. 지난 10월 18일에는 벤처기업가들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보수주의는 성장만 되면 다 해결되고, 세금도 깎고, 정부는 줄이자면서 해주겠다는 것은 한 보따리다. 이러면 정치가 망한다. ‘잃어버린 10년’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정경 유착해 잘 나가던 사람들”이라고 이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그는 10월 29일, 김용철 변호사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삼성의 비자금 사건을 폭로한 이후부터 정치적 발언을 삼가는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김 변호사의 비자금 리스트에는 노 대통령에게 전달된 당선축하금도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던 차에 이 후보의 ‘BBK 설립’을 선전하는 육성 동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이 동영상의 내용으로 이 후보가 그동안 누차 강조해온 ‘BBK무관’ 발언은 완전한 거짓말이었음이 백일하에 밝혀진 것이다. 검찰의 BBK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강하던 터에 다시 이 동영상까지 나왔으니 노 대통령으로써는 더이상 침묵을 지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법무장관에게 “검찰이 열심히 수사했지만 국민이 믿지 않고, 검찰의 신뢰도 크게 떨어졌으니 재수사를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권고를 무시하고 특검 쪽을 선택했다. 이게 레임덕이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정말로 믿었느냐가 의문이다. 동영상이 공개된 직후에도 검찰은 그런 유형의 동영상을 참고해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말이 성립된다. 노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를 간섭하거나, 낱낱이 보고를 받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이명박은 BBK 주인’이라는 정황을 무시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이러한 모호한 태도 때문에 ‘노명박’이란 말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노명박’은 19일 투표할 때까지 유권자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퇴임을 앞둔 노 대통령 또한 ‘당선 축하금 소문’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유력한 미래권력 이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잠자리가 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명박 특검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이 후보는 문제가 전혀 없으니 특검법을 수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러나 수사 결과 그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당선자도 경우에 따라서는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또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런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의 부정을 눈감아 줄 능력도 용기도 없는 법이다. 우리는 지금 CD 한 장으로 대권을 심판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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