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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시적자아 리스본行 야간열차

황인숙|문학과 지성사|112쪽|6천원.

“조금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있을 듯한/먼 하늘에/태양이 벗어놓은 허물/둥실 떠 있다/조금쯤 바람 빠진 듯/맥없이 부푼 주홍빛 풍선/맥놀이 퍼지는 하늘//‘그래, 이대로 이렇게 사는 거지, 뭐!’/버럭 중얼거리며/어리둥절하다/뭘?/몰라, 가슴 쓰리다.”(‘여름 저녁’ 전문)

황인숙(49)은 현실에 얽매이지 않는 발랄한 상상력과 생생하고, 살가운 시어로 삶과 사물의 본질과 이면을 보여줘온 중진 시인. 그가 ‘리스본行 야간열차’라는 독특한 제목의 여섯 번째 시집을 냈다.

2003년 발표한 ‘자명한 산책’ 이후 4년여 만에 나온 시집으로 57편의 시를 묶었다. 내용과 형식의 간결함이 도드라지는 이번 시집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시적 자아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시집의 얼마쯤은 오후 4시 무렵의 몹시 피로한 시적 화자가 차지하다가, 또 얼마쯤은 구슬프고 서정적인 파두(fado·포르투갈 민속음악)가 주인공이다. 지붕 위를 거니는 사람과 고양이들이 제 목소리를 얻어 말하는가 하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의 입을 빌려 내는 목소리도 있다. 이번 시집 역시 고양이에 대한 그의 관심과 애정은 여전하다.

“죽을 것같이 피곤하다고/피곤하다고/걸음, 걸음, 중얼거리다/등줄기를 한껏 펴고 다리를 쭉 뻗었다”고 노래하는 ‘묵지룩히 눈이 올듯한 밤’ 같은 시에서는 사람과 고양이의 구분이 없어지기까지 한다.포르투갈에 여행갔을 때 마음을 채웠던 느낌도 고스란히 시어에 담겼다.

마치 땅끝으로 달리는 듯한 리스본행 야간 열차 안에서 느낀 감정이 너무 강렬했기에 시집의 제목도 ‘리스본行 야간열차’로 정해졌다.

공교롭게도 몇 달 전 똑같은 제목을 가진 어느 외국 소설가의 소설이 번역 출간된 터라 출판사측에서는 다른 제목을 조심스레 권유했지만 시인은 이 제목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부제를 ‘리스본行 야간열차’로 달은 ‘파두’라는 시에서 열차가 항구도시 리스본으로 다가가는 것을 아기가 포근한 엄마 뱃속을 벗어나 종착지인 세상에 나오는 것에 비유한다.

“잠이 걷히고/나는 서서히/부풀어 올랐다/어떤/암울한 선율이/內分泌됐다/공기가 으슬으슬했다/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한층 더 으슬으슬하고 축축한/어둠이었다//끝없이 구불거리고 덜컹거리는/産道를 따라/구불텅구불텅/덜컹덜컹/미끄러지면서//(이 파두, 숙명에는 기쁨이 없다.)//나는 점점 더/부풀어 올라/탱탱해졌다/오줌으로 가득 찬/방광처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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