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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자선냄비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해마다 세밑이 되면 도심에는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구세군의 성직자나 평신도들이 점잖게 손을 흔들어 종을 울리며 자선냄비에 헌금하도록 독려한다. 종종 걸음으로 세밑을 오가는 숱한 사람들은 귀로 종소리를 듣지만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종을 흔드는 사람들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웁시다” “자선합시다”라고 외친다. 생각해보니 나도 자선냄비에 돈을 넣은 기억이 까마득하다.

신약성경은 부자들이 헌금함에 많은 예물을 넣는데 반해 빈곤한 과부가 렙톤 두 닢(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의 32분의 1에 해당)을 헌금함에 넣었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이 가난한 과부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넉넉한 데서 얼마씩을 예물로 바쳤지만 이 과부는 구차하면서도 가진 것을 전부 바친 것이다”(루가 21,3-4)라고 칭찬했다. 이 과부의 헌금은 부자들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내놓는 것과는 달리 온몸을 희생 제물로 바친 것과 다름이 없기에 고귀하다.

부자 중의 부자인 재벌들은 고급 승용차로 출·퇴근하고 여행을 다니므로 자선냄비와 마주칠 기회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푼돈을 내는 것은 체통이 서지 않으므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굵직한 선행을 베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개인의 재산을 내기보다는 회사의 공금이나 비자금 또는 문화사업으로 위장한 법인의 돈으로 자선을 하는 경우가 있다. 모 그룹은 막대한 비자금으로 청와대와 검찰을 휘어잡으려 한 정황이 폭로돼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5월 25일 97세를 일기로 타계한 수필가 피천득씨는 “참으로 부자는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의 파리의 개선문을 나폴레옹이 지었지만 그것을 소유한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것을 감상하며 즐기는 사람의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오늘도 인파로 넘실대는 거리에 서민들을 기다리는 자선냄비의 종이 쩽그렁 쩽그렁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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