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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과거를 묻지 마세요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흘러간 옛 노래에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있다. 나애심, 문주란, 장사익, 조미미 등 유명한 가수들이 불러 취입한 이 노래의 가사는 “장벽은 무너지고 강물은 풀려/ 어둡고 괴로웠던 세월도 흘러/ 끝없는 대지 위에 꽃이 피었네/ 아-꿈에도 잊지 못할 그립던 내 사랑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로 돼 있다. 지난날의 아픈 상처를 들추지 않고 새 출발하려는 연인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노래다.

사람들은 어둡고 괴롭고 쓰라린 과거를 잊어버리고 싶지만 밝고 즐겁고 달콤한 과거는 향수로 떠올려 간직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과거가 개인의 추억을 넘어 역사의 평가로 암흑이 갈릴 때 사람들은 자신이 속했던 과거를 반대로 진술하기도 한다. 일제시대에 고위 공직을 맡아서 호의호식하면서 동족을 괴롭혔던 친일의 괴수들은 해방 이후 반민특위의 심판대에 끌려나와 한결같이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친일했다”고 변명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친일파들을 중용했지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그들을 단죄했다.

전두환 대통령이 공포의 권력을 휘둘렀던 시절에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약칭 국보위)란 무소불능의 조직이 있었다. 이 위원회를 격상시킨 국가보위입법회의는 독재체제를 구축하는 법령을 제정하고 정비하는 막강한 기구요, 그 위원들은 전 대통령의 전위대였다. 여기에 참여한 81명은 살벌한 사회에서 최고로 출세한 사람들이었다. 후에 이들 중 민정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사람도 많다. 당시 여성은 4명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하필 국보위 출신인 이경숙 숙대총장을 2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소망교회 장로이기도 한 그녀는 “그때는 (국보위직을) 사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과거는 잊어달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사인(私人)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처럼 지난날의 상처를 되새길 필요가 없겠지만 공인(公人)은 친일 또는 독재에의 부역에 대한 역사의 심판을 어찌 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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