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는 시점이면 이번에는 어떤 일이 생겨 교육현장을 혼란스럽게 할지 걱정스러워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연전에는 핸드폰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일어나 교육부총리가 사퇴함으로써 일단락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또 정답 논란으로 현장에 혼란을 일으킨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도 표면적인 문제해결에만 관심을 갖고 누구에게 그 책임이 있는지 악착스럽게 그 결과만 따진 다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까맣게 잊고 마는 것이 상례가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15일에 실시된 2008학년도 대입수능의 경우 수험생들이 시험 직후 물리Ⅱ 11번 문제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으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주요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말았다. 수험생들의 오답논란은 계속됐으나 평가원은 당초 판단대로 채점을 완료해 성적표까지 배부했다.
그러다가 12월 22일에 이르러 한국물리학회가 “출제된 이상기체를 분자가 원자 하나로 구성된 단원자(單原子)로 보면 정답이 ④번이지만, 원자가 여럿인 다원자(多原子)로 보면 ②번이 정답이어서 이 문제의 정답은 결국 2개가 되는 셈”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평가원은 물리학회의 복수정답 가능성 제기에 대해서도 일단 “정답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었고,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발표만 했다.
그러다가 그 이틀 후인 12월 24일 오후의 기자회견에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일관된 그 입장을 번복해 “복수정답을 인정한다”는 발표와 함께 사태의 책임을 지고 연전의 그 교육부총리처럼 사퇴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들과 일반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게 이어진 것이나 언론이 연일 그 과정을 대서특필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또 일단락된 것 같은 이 일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바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를 검토해보아야 한다. 즉 교육부총리나 평가원장이 사퇴하는 것이 성의를 다하는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는 결코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일이 성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퇴만 하고나면 잠잠해지는 우리 여론, 우리 문화가 교육에 대한 성의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학생들이 바라는 것도 결코 그들의 사퇴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라며, 만약 일어난다 해도 그들 학생의 입장에서 정성을 다해 공정한 뒤처리를 해주기를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 가지 문제는 ‘교과서’와 ‘지식’을 바라보는 교육자나 학자들, 우리 국민들의 견해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아직도 교육학에서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창의력이나 사고력 같은 고급의 능력보다는, 교과서 내용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보고 그것만을 읽고 암기하는 공부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한심한 교육에 매몰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물리학회의 견해에 따르면 복수정답이 인정된 수능 물리Ⅱ 11번 문항에서는 이상기체(理想氣體)는 다원자분자와 단원자분자로 구분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아서 빚어진 문제이다. 평가원은 시종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단원자분자 이상기체만을 가정한다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수능은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본고사가 아니라 60만 가까운 학생이 보는 보편적 시험”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견해까지 내놓았다. 그렇게 해놓고 여러 교과서에서 다원자 이상기체도 다루고 있으며, 교사들도 이를 가르쳤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결국 복수정답을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처사가 어처구니없다는 이유는, 마치 지금 단순한 덧셈을 배우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곱셈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 결과를 비난한 것이나 다르지 않으며, 교육부 공무원들이나 평가원 학자들은 ‘교과서는 바이블이나 경전이 아니고, 단지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최소한으로 활용되는 학습자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인공지능학자 로져 샨크는 “우리가 교사와 교실과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며, 사람들은 우리가 교육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을 암기하는 것이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물을 것”이라고 했다. 50년 뒤가 아니라 지금 이 학생들에게도 충분히 부끄럽고 미안한 일이다. 교과서에 얽매어 있는 교사와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지식의 새로운 개념에 맞추어 가르치고 배우고 평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