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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개와 말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1960년대에 미국의 메릴린 먼로(MM)와 프랑스의 브리지트 바르도(BB)는 쌍벽을 이룬 육체파 여배우였다. 전자는 풍만한 육체로, 후자는 가냘픈 육체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MM은 의문의 죽음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BB는 세계적인 동물보호운동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한국이 일본과 공동으로 2002년 월드컵대회를 개최했을 때 개를 잡아먹는 야만족이라면서 한국인을 맹렬히 비판했던 그녀가 요즘엔 말을 잡아먹는 프랑스인을 상대로 활발한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외신이 전한다.

개와 말은 인간에게 충성하는 동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개는 도둑으로부터 주인을 지키거나 애완동물로서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마약을 골라내며, 전쟁터에서도 한몫을 한다. 말은 운송수단으로 큰 몫을 해왔고, 전쟁터에서는 근세까지 필수적인 동물로서 각광을 받았으며, 마술(馬術)이라는 매우 품위 있는 스포츠의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개는 도둑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고, 말은 적을 힘찬 뒷발로 차서 주인에게 충성한다.

개와 말이 들어간 사자성어에 견마지로(犬馬之勞)란 말이 있다. 이것은 ‘개나 말 정도의 하찮은 수고’를 뜻한다. 임금이 하늘을 향해 이 말을 쓰면 지극히 겸손한 의미로 통용되지만 부하가 조직의 장을 향해 이 말을 쓰면 겸손과 아부를 아우르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전남대학교 총장 출신으로 문교장관이 된 류기춘씨가 학생운동 탄압에 앞장서면서 박 대통령을 향해 ‘견마지로’를 맹세했을 때 식자들은 그것을 아부의 극치로 봤다.

개와 말을 사랑하는 사람은 애완견에게 유산을 상속하기도 하고, 기운이 빠진 말에게 당근과 낙지를 먹이기도 한다. 반면에 개와 말만 보면 잡아먹으려는 사람은 입맛 당기고 정력에 좋으면 그만이지 남의 음식문화에 웬 참견이냐고 쌍심지를 돋운다. 윤회설(輪回說)을 믿는 불교 신앙인들은 살생을 금하므로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개와 말만 보면 침을 흘리는 사람과 길을 걷다가 지렁이나 개미 한 마리라도 밟아 죽이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사람은 품격이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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